본고는 영화배우 최은희의 남북한 영화에 나타나는 모성 표상을 통해 모성 이데올로기와 분단체제의 관계를 고찰하는 것이다. 멜로드라마의 대중적 선호도가 높고 그에 따라 멜로드라마의 외연이 넓은 한국의 대중문화 상황에서 영화에서의 모성 표상은 빈도가 높을 뿐만 아니라 매우 핵심적인 것이다. 그 중에서 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가장 인기가 있었던 대표적인 ‘모성 표상’의 주인공은 최은희였다. 그리고 그러한 이미지는 1980년대 전반기에 최은희가 북한에서 출연하는 영화로까지 이어진다. 이와 같이 남북한 영화에 공통적으로 드러나는 모성 표상은 위기의 민족 담론과 긴밀한 연관을 지닌다. 한국전쟁 이후 재건과 근대화 프로젝트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가운데 남한의 여성에게 요구되었던 것은 ‘가부장-국가-민족’으로 연계되는 체제에 대한 헌신과 희생이었다. 이때 최고의 인기를 누렸던 여배우 최은희의 이미지는 ‘본질주의적 모성’을 기반으로 여성의 욕망을 배제하고 위계화 하는 가운데 시대가 필요로 하는 여성상으로 정형화된다. 이는 1980년대 북한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동구 사회주의권의 위기가 시작되는 시점에서 세습체제를 본격화했던 북한은 ‘민족 담론’을 소환한다. 이때 최은희는 사회주의자 아들을 따르는 헌신적이고 희생적인 모성을 보여준다. 체제와 시기가 다름에도 불구하고 남북한 여성 표상이 겹치는 것은 남북한의 민족 담론이 각각 적대시 하는 대상은 달랐지만, 그것이 가부장제를 기반으로 하는 이분법적이라는 원리에서는 공통적이었으며, 배제와 위계화의 논리를 바탕으로 하는 체제라는 점에서는 동일했음을 드러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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