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령출의 창작 희곡은 대부분 창작 당시의 정치적 권력 구도에 민감하게 반응한 특징을 지니고 있다. <현해탄>은 국민극 운동의 일환이었던 ‘연극경연대회’에 출품된 작품이고, <위대한 사랑>은 해방 직후 ‘조선연극동맹’이 주최한 ‘3.1 기념연극대회’에 출품된 작품이다. 월북 후에 발표된 <열두벌삼천리길>과 <리순신 장군>은 모두 북한 정권의 통제 하에서 공연되었다. 이는 곧 그의 희곡들이 특정 집단이나 권력 주체의 이데올로기적 도구로 창작되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의 희곡을 관통하고 있는 세계관은 계몽주의라 할 수 있다. 이때의 계몽주의는 창작 당시의 주체 구성 프로젝트와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었다. <현해탄>은 일제의 전시체제에 복무하기 위한 프로파간다 희곡이었고, <위대한 사랑>은 해방 직후의 새 국가 건설 프로젝트를 위한 대중 계몽의 선전극이었다. <열두삼천릿벌>과 <리순신 장군>은 북한 정권의 국가관을 계몽하기 위해 창작된 희곡들이다. 네 작품은 각기 타파되어야 할 주적(主敵)을 시대 상황에 따라 교체하고 있다. 이 작품들은 좌절할 줄 모르는 투사(鬪士)로서의 남자 주인공과, 그 주인공을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그를 위해 희생하는 여주인공을 형상화한다. 이에 따라 남녀 주인공들의 연애 및 결혼은 계속 지연되거나 봉쇄당하게 된다. 이들에게 있어 ‘육체’의 욕망은 ‘혼’, ‘정신적 가치’, ‘대의명분’, ‘민족애’ 등과 같은 거대서사에 의해 억압된다. 작품의 서사 전개를 이끌고 있는 멜로드라마적 취향도 이러한 거대서사의 틀 안에서 제한적으로만 활용되고 있다. 조령출의 희곡들은 식민지 후기, 해방 직후, 월북 이후로 이어지는 시기에 대한 작가의 이데올로기적 선택의 결과물들이다. 각기 다른 시대적 배경과 사회 체제 속에서도 이 작품들이 공통적으로 지향하는 대상은 국가 및 계급과 같은 거대담론의 세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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