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글은 해방 후 한국의 대표적 경제학자였던 최호진(1914~2010)이 1940년대 초부터 1960년대 중반까지 간행한 경제사 분야의 저술들을 초판본, 개정판본, 재개정판본을 망라하여 계통적으로 소개하고 그 책들에 각인되어 있는 현대 한국의 사회사, 지성사, 사학사를 추적하여 본 것이다. 책이란 초판본이든 개정판본이든 그것이 출간된 시기의 정치, 사회, 사상적 환경과 독자들의 요구를 반영한 독특한 역사적 정체성을 가지기 마련이다. 이는 최호진의 책들도 마찬가지였다. 그의 경제사 책들에는 해방직후 확대된 사상의 자유와 마르크스주의에의 열기, 남북한 정부 수립과 한국전쟁 및 반공체제 강화에 따른 이데올로기 현실의 악화, 저자․출판사․독자들의 6․25체험과 그에 따른 정치적 입장의 변화가 각인되어 있다. 그리고 거기에는 마르크스의 유고인 「자본제생산에 선행하는 제 형태」의 발굴과 총체적 노예제론으로 대표되는 세계학계의 아시아적 생산양식에 대한 새로운 논의들, 1960년대에 이루어진 조선후기 사회경제사에 대한 발전적 시각에서의 연구들이 단계적으로 반영되어 있다. 해방 후 최호진은 대학교육의 양적 확대와 한글 교과서(textbook)에 대한 폭발적인 수요 팽창 등을 배경으로 경제사는 물론 경제원론, 화폐론, 재정학, 한국경제론 등에 관한 당대의 베스트셀러들을 다수 출판하였다. 출판시장의 이런 급팽창은 일제 때는 볼 수 없던 현상이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책들에 대한 향후의 연구는 개별 저서들의 내용 변화뿐만 아니라 당시 한국의 출판, 인쇄, 광고, 유통, 판매시장의 주체들이 해방 후의 새로운 환경에 어떻게 대응하였고, 또 그런 변화가 저자들과 학계의 저술 태도와 출판 활동, 그리고 독자들의 독서 태도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가를 경제사, 사회사의 시각에서 검토하는 일로 확장해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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