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대내외적 정세의 변화와 위기로 인해 북한 정권이 선택할 수 있었던 최선의 방법은 집단적 결속의 강화를 통한 개별적 욕망의 통제와 지배였다. 따라서 이전 시기부터 문학이 지닌 대중 동원으로써의 도구적 성격이 80년대 북한 문학에서도 여지없이 제기되어, 한편으로 그것은 사회주의 현실주제라는 새로운 형식을 낳았다. 그러나 80년대 사회주의 현실주제 소설에 나타나 있는 소재나 주제의 새로움이라는 것은 사실상 내용적 측면에서 그 이전의 소설들과 뚜렷이 구분되지 않는다. 사회주의 건설과 주체사상 확립의 도구로써 문학의 내용과 기능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형식적 측면에서의 비약을 도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주체문학의 패턴 위에 건설된 사회주의 현실 주제의 작품이 가진 새로움이라는 것은 이전 문학이 기본적으로 지니고 있던 인민 동원의 수단이라는 목적을 한층 더 고도화시킨 전략에 해당한다. 80년대 이전의 문학이 당과 수령 등을 노골적으로 내세움으로써 인민 동원에 있어 일종의 거시 권력을 형성하고 있었다면, 80년대의 문학에서는 이를 미시 권력의 차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그것이 곧 집단적 결속을 향한 동기화(動機化)의 지배 원리를 작동케 하는 이 시기 북한 소설의 특징이자 동원의 정치학으로 자리매김하고 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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