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북한의 대표적 예술잡지인 「조선예술」에 실린 글을 통해서1990년대 북한 연극의 핵심코드를 발견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1990년대 초 제2차 연극혁명을 일으키겠다는 강렬한 의지로 출발한 북한은 수령형상연극 <승리의 기치따라>(1992년), <소원>(1994년)을 완성한다. 1990년 초반 냉전해체와 변화의 분위기가 연극계에도 영향을 준 듯, 작품에서 ‘서정성’은 한층 강화되었다. <승리의 기치따라>에서 구현된김일성은 전쟁을 승리로 이끈 지도자의 모습으로만 고정되지 않았다. 인민의 아버지와 두 어린 남매의 아버지로 구축된 극중인물 김일성은 친밀한 인간이었다. 1970년대 일었던 연극혁명을 제2차로 90년대에실현하고자 한 연극계는 연극의 형식과 내용을 ‘장엄함’에서 ‘스펙터클/서정성/인간미’로 이동시킨 것이다. 그러나 1994년 김일성의 사망은 연극계의새로운 기조를 ‘일시정지’ 시키는 기제가되었다. 자연재해와 식량난도 창작의 ‘일시정지’를 재촉했다. 위기극복과 인민의 단결이 지상과제였기 때문이다. 북한은 이를 위해 김일성 사망 1년 후 ‘웃음극경연대회’를개최한다. ‘웃음’과 ‘풍자’는 국가적 위기 속에서 그들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이었기때문이다. 이 두 요소는 인민들의 자발성과생산력을 높이는, 또한 남한을 풍자함으로써 사회적 불만을 해소할 수 있는 회로였던 것이다. 곧이어 북한 체제가 김정일 중심으로 정비될 때 연극계는 다시 옷을 갈아입어야 했다. 새로운 태양의 출발에 가벼운 웃음은 어울리지 않기 때문이다. 무언가새로운 코드가 필요했고, 그것은 ‘감동’으로 수렴되었다. 경희극 <약속>(1996년),<축복>(1997년), <편지>(1998년), <동지>(1999년)는 그들의 표현을 빌리면 ‘숭엄한 주제’를 구현한 ‘완벽한 연극’이었다. ‘웃음’을 주는 회로도 달라졌다. 이전에 배우의 우스꽝스러운 물리적 움직임에서 웃음이 유발되었다면 경희극은 진지한 희극적 인물과 가벼운 정극적 인물의 충돌에서,인물간의 관계에서, 사랑에 대한 오해에서관객의 웃음을 유도한 것이다. 1994년 이전 강조되었던 서정성/인간미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웃음’과 ‘감동’은1990년대 중후반부터 연극계의 주요 코드로 자리를 확고히 한 것이다. 이 같이 1990년 ‘스펙터클’과 ‘서정성’에서출발한 연극코드는 1994년을 기점으로 자의에 의해서이든, 타의에 의해서이든 ‘웃음’과 ‘풍자’로 전환되고, 이후 ‘감동’과 ‘웃음’ 으로 종결된다. 그리고 이 ‘감동’과 ‘웃음’ 이라는 코드는 2000년대 북한 연극과인접예술인 영화에도 긴밀히 연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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