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금 조치 이후, 한국의 문단은 백석이라는 시인에게 주목했다. 그가 사용했던 토속적인 어휘와 풍경은 연구자들은 물론이고 일반인들에게도 두루 읽히며 1930년대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자리 잡아갔다. 하지만 전쟁 후 백석이 북한에서 했던 문학 활동에 대한 연구는 아직까지 미미한 실정이다. 서사가 있는 서정시를 중점적으로 썼던 남한에서와 달리, 북한에서의 백석은 창작 활동을 일절 멈추고 번역 활동에 초점을 맞춘다. 그리고 아동문학이라는 새로운 장르로 창작 활동을 재개한다. 백석이 아동문학으로 창작을 재개한 시점은 학자들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어 논란이 되고 있지만, 본고에서는 백석이 고리끼의 글을 번역한 1954년을 그 기준으로 잡고 서정시를 쓰던 전쟁 전의 성향과 동화시를 쓰던 전쟁 후의 성향을 비교하고자 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어른 청자를 대상으로 했던 서정시와 어린이 청자를 대상으로 하는 동화시는 상반되는 독자를 설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차이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차이는 백석 자신이 번역해 소개한 글 「아동문학론 초」에서 기인한다. 백석은 서로 다른 곳에서 발표된 고리끼의 글을 모아 번역하는데, 이는 고리끼의 이론에 잠정적으로 동의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고리끼는 아동문학을 창작함에 있어서 반드시 고려해야 할 점을 ‘교육성’과 ‘우스움’ 그리고 ‘시의 형식’으로 꼽았다. 백석은 고리끼의 이론을 전적으로 받아들여 1957년 발표한 시집 「집게네 네 형제」에 이 같은 형식을 반영한다. 동심을 지향하고, 서사양식을 시에 도입하고 있다는 점에서 백석의 시 세계는 전반적으로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세하게 짚고 들어가면 그의 시 세계는 전후를 기점으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백석이라는 시인의 전반적인 시 세계를 알기 위해서는 해방을 기점으로 한 변모 양상을 더욱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 번역가이자 아동 문학가였던 백석의 작품 세계도 풍부하게 연구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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