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 사회에 정착하는 북한이탈주민이 ‘의미 있는’ 소수자가 되고 있다. 지난 세기 냉전의 산물인 이념적 적대관계를 경험해 온 행위자들이 정치적 경계의 반대편인 남한사회에서 만들어가는 삶이야말로 개인과 사회가 상호적으로 구성하는 현실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사회이론적 의미를 갖는다.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서 이 연구는 질적 연구방법론에 기초하여, 한국사회의 일반화된 타자와 상호작용하며 (재)구성되는 북한이탈주민의 사회, 정치적 정체성을 고찰하고자 하였다. 사례연구 결과는 첫째, 북한이탈주민들이 대한민국 국적으로 환원되지 않는 시민적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일상적인 인정투쟁을 전개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즉 ‘친북이냐, 반북이냐’라는 정치적 양자택일의 논리, 또는 대한민국 국민이라고 하는 법적인 소속(belonging)을 넘어 ‘헌신’, ‘동화’, ‘우월’, ‘비판’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인정투쟁을 실천하고 있다. 이는 곧 남한사회의 일반화된 타자에 의해 이념적 적대국가 출신이자 ‘식량난민’ 등으로 평가절하 되는 현실과 상호작용하며 자기존중과 사회적 가치를 확보하고자 하는 북한이탈주민의 정체성 (재)구성과정이기도 하다. 둘째, 북한이탈주민의 남한사회 정착은 서로 다른 사회체제에 대한 생애사적 경험, 정치적 소속과 사회문화적 체험 사이의 간극을 가진 새로운 시민들의 참여를 의미한다. 특히 북한이탈주민의 생애사적 체험에 근거한 다양한 ‘거리두기’는 한국의 주류 가치체계에 대한 ‘부적응’이 아니라, 한국 시민사회의 새로운 비판적 동력으로 작동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한다. 셋째, 사례연구는 ‘적응’(adaptation)의 관점에서 수행되는 북한이탈주민에 대한 기존 연구의 틀을 넘어서 이들을 적극적인 다문화적 시민사회의 주체로 이해하기 위한 이론적 모색을 시도하였다. 이 과정에서 인정투쟁에 기초한 정체성 논의가 하나의 가능성이 될 수 있음을 살펴보았다. 동시에 사례연구 결과는 호네스의 ‘인정투쟁’이 암묵적으로 근대 국민국가를 공동체적 행위공간으로 전제함으로써, 국가 사이의 경계넘기(border crossing)를 통해 실현되고 있는 이주 및 소수자로서의 삶을 포괄하기 어려운 한계를 시사한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