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미술론’과 ‘동양미술사’는, 서세동점에 따른 동아시아 질서 개편에 편승하여 부상된 근대 일본의 서구중심주의에 대한 반발과 위기의식에 수반되어 대두한 국수주의를 확산하여 ‘동양’을 하나의 지정문화적인 권역으로 이용하고 규정하기 위한 새로운 인식 틀과 지식 관념으로 생성되고 구상된 것이다. 청일전쟁 이후 ‘동양의 맹주’로서 미학 및 미술사적으로 ‘서양’과 대등하게 대립하면서 다른 ‘동양’에 대한 발전성과 우월성을 입증하고 권위를 부여하는 이론과 학문으로 체계화되고 제도화되었으며, 이러한 일본 중심 동양주의의 제국주의적 팽창과 더불어 권역을 아시아 전역으로 확장시켰다. 이와 같은 ‘동양미술사’는 1945년 태평양전쟁에서의 패망으로 ‘동양맹주’의 지위를 잃게 되고 제국주의적 욕망이 심판받게 되면서, 자국을 제외한 아시아의 외국 미술사로서 재영역화 되어 각 나라별로 구획하여 다룬 것을 병렬해 놓은 형태로 정형화되었고, 이러한 유형이 해방 이후 한국에서도 표절되거나 번역되거나 직접 집필되며 정착되었다. 이와 같이 근대 일본의 국수적인 자국 중심주의에 의해 타자화되고, 동아시아 각국의 일국사적 집합에 머물지 않는 통합공간으로서의 동아시아의 미술사를 하나의 분석 단위로서 주체적· 총체적으로 구성하기 위해서는, 근대적=이념적인 ‘동양’을 초극하고 ‘동아시아’로 재구상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동아시아’는 지리적 근린국으로 유·불·선 사상과 한문 등을 공유하며 ‘천하동문’의 관계를 이루었던 중국(대만)과 한국(북한)·일본을 가리킨다. 사상적 ·文語的 공통성과 함께 수묵·채색 등의 재료와 ‘百工技藝’의 장르, 제재 및 기법을 공동으로 소유하면서 상호 직접적인 교류를 지속하며 같은 하늘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했던 ‘共戴天’의 나라 ‘동양삼국’의 문화적 권역을 통칭하는 것이다. 한·중·일 지역에서 전개 된 동아시아 미술사의 전모를 통합적으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기존의 ‘동양미술사’에서 벗어나고, 국민국가의 일국주의적 사관의 협애한 구도를 극복하는 방법으로서의 ‘동아시아적 시각’을 진전시켜 선사시대에서 현대까지의 동아시아 미술의 변천상과 발전상을 세 나라 미술사의 통사적 지식을 취합하여 거시적으로 파악하고 유기적으로 이해하여 총체적으로 체계화하는 작업이 긴요하다. 먼저 세 나라 미술사의 시기구분론을 비교 분석하여 통합 미술사의 통사적 구성 방법을 모색해야 하는데, 선사에서 현대에 이르는 연대기적 흐름이 ‘非同步’ 즉 불균등하기 하기 때문에 변화상의 공통적 내용을 단위화하고 이를 단계화하여 논의하는 것이 방안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조형 활동이 태동된 원시 단계에서 시작하여 작품의 창작(생산)및 소비와 관련하여 형성된 미술의 주제적· 기능적 단위가 문화 담당층의 사회사적 변동과 결부하여 고분미술, 종교미술· 궁중 및 관용미술· 문인미술· 市井미술· 시민미술 등으로 발전해 온 과정을 시대성으로 단락화하여 논의하는 것이 어떨까 싶다. 좀 더 쉽게 추구하기 위해 기존의 ‘미술’적 분류로 전공화된 회화(서예), 조각· 공예· 건축 등으로 나누어 논하고 이를 취합하여 체계화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세 나라의 역대 왕조 또는 정권은 이들 항목을 추진한 단계적 유형 또는 유파로서 다루고, 그 안에서 유파의 시기별·분파별 양상을 기술해야 일국사적 서술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러한 단위별 유파적 성향과 경향을 포괄하는 미술사적 용어나 개념을 찾아내는 것도 앞으로의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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