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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논문

해방기 농민문학의 계몽주의적 이상과 농민 주체의 탈역사적 재현 양상 연구 - 이기영의 「개벽」(1946), 안회남의 「농민의 비애」(1948)를 중심으로 -

The Enlightenment Ideals of Post-Liberation Peasant Literature and the Ahistorical Representation of the Peasant Subjec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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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민영
소속 및 직함 국민대학교
발행기관 한국근대문학회
학술지 한국근대문학연구
권호사항 26(2)
수록페이지 범위 및 쪽수 273-310
발행 시기 2026년
키워드 #해방   #민족   #냉전   #토지개혁   #정동   #농촌 문학   #이민영
조회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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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
해방기 한국 사회에서 농민은 민족적 정체성을 대표하는 집단이었다. 국가건설의 방향을 적극적으로 논의하였던 한국 문단은 이러한 농민의 역할에 주목하면서 농민문학론을 구체화한다. 해방 직후 문단을 주도한 좌익문인들은 소작제의 착취로부터 벗어나지 못한 농촌을 봉건적 상태로 간주하고 농민을 근대적 인민으로 계몽하기 위한 문학의 창작을 강조한다. 그리고 ‘싸우는 농민’의 상을 중심으로 혁명적 로맨티시즘의 감정을 주조한다. 이기영의 「개벽」과 안회남의 「농민의 비애」는 봉건적 농민을 근대적 인민으로 전환하고자 했던 농민문학론의 계몽적 목표를 선명하게 드러낸다. 본 연구에서 주목하는 것은 계몽주의적 농민 서사에 서술자의 의도를 위반하는 농민들의 모습이 노출되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의 토지개혁을 배경으로 하는 「개벽」의 논평적 서술자는 토지개혁으로 인한 대중들의 혼란과 불안의 감정들을 통제하고자 하는데, 이를 위해 희극적 정서를 활용한다. 토지개혁을 긍정하는 희극적 정서들은 가난한 농민을 인민의 대표로 변신시키는 데 성공한다. 하지만 희극의 정서 속에서 농민위원이 된 주인공은 나아가야 할 미래와 오늘의 현실 사이에 끼어있는 존재로 재현된다. 농민문학 담론이 의도한 낭만적인 혁명의 열정들은 희화화된 주인공과 함께 사라지는 것이다. 이는 해방기 농민문학에 정치적인 담론을 통해 규율될 수 없었던 현실에 대한 감각이 놓여있음을 드러낸다. 「농민의 비애」는 단정 수립 직전 남한의 상황을 배경으로 가난한 농민 서대응의 비극적인 삶을 통해 민족적 역사의식을 각성시키고자 한다. 논평적 서술자는 현실의 고통을 강조하면서 봉건적 제도에서 벗어나 민족을 위해 싸우는 농민의 역할을 요청한다. 하지만 실제 재현되는 농민들은 혁명적 주체로 계몽되지 못한다. 비극적인 상황에서 농민들은 혁명 대신 이웃의 고통에 공감하면서 현실에 대응한다. 이 과정에서 약속된 미래를 향하는 낭만적 열정의 효력은 상실된다. 그리고 농민들이 당면한 극복불가능한 고통들이 목격된다. 이러한 농촌의 현실은 국민국가 건설이라는 역사주의적 목표로 회수되지 않는 해방의 일면이다. 해방기의 농민문학은 이념을 기반으로 혁명의 열정을 구축하고자 하였지만, 그 내부에는 정치적 목적으로 설명되지 않는 현실에 대한 감각이 놓여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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