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법해석’이 단순한 문언의 해독 기술을 넘어, 국가 권력의 배치와 정당성의 구조를 형성하고 드러내는 헌정적 행위임에 착안하여 남한과 북한의 해석권 체계를 체계적으로 비교·분석한다. 비교법적 준거틀로 일본의 종속적 사법과 미국의 대등적 사법(더 나아가 최근 판례 변경이 보여준 권한 재배치의 흐름)을 참조함으로써, 해석권이 ‘집중-분산’의 연속선상에서 어떠한 설계 원리로 자리 잡고, 또 어떤 계기에서 이동하는지를 설명한다. 남한의 경우 사법심사를 정점으로 하되 입법·행정·사법이 단계별로 관여하는 다층적 분산구조가 작동한다. 이 구조는 법제처 등 정부 유권해석을 통해 행정 내부의 통일성과 예측가능성을 담보하면서도, 그 해석이 법원을 구속하지 않도록 설계되어 권력분립의 순환 회로를 유지한다. 즉, 행정의 사전적 조정과 사법의 사후적 통제가 결합하여 규범 의미의 형성과 통제를 분담한다. 반면 북한은 「법제정법」에 따라 최고인민회의(상임위원회)와 내각 등이 해석과 규정의 제·개정을 포괄하고, 해석 결과에 동등한 규범력을 부여함으로써 입법·집행·해석이 결합된 집중형 구조를 제도화하였다. 이러한 구조에서는 해석이 공적 논증과 조정의 절차라기보다, 통치의지를 법형식으로 전유·고정하는 과정으로 기능한다. 이 대비는 통일법제 설계가 단순한 법문 병합을 넘어 해석권의 헌정적 재배치를 핵심 과제로 삼아야 함을 시사한다. 동일한 헌법 어휘가 각기 다른 권력 문법 속에서 상이한 의미를 산출해 온 경험을 전제로 할 때, 통일 이후의 법질서는 해석의 민주와 사법의 최종 통제를 결합하는 방향으로 재편되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행정 유권해석의 사전적 조정기능을 제도 안에 안정적으로 내재화하되, 그 결과가 당연규범으로 경직되지 않도록 사법심사에의 개방성을 확보하고, 통합 판례·해석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통해 기관 간 의미 충돌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재설계는 권리구제의 실효성과 통치의 합헌성을 동시에 강화하는 효과를 가져오며, 해석을 명령의 언어에서 공론의 언어로, 법을 체제수호의 도구에서 시민의 질서로 전환하는 제도적 토대를 제공한다. 결국 통일 헌정질서의 안정성은 해석권의 분산과 집중 사이에서 적정한 균형점을 찾는 데 달려 있으며, 본고는 그 이론적 근거와 설계 원칙을 비교헌법적 관찰을 통해 제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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