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사회주의 체제 내부에서 비공식 시장과 화폐 질서의 변화가 체제 안정성에 미치는 영향을 구 동독(GDR)과 북한의 사례 비교를 통해 분석한다. 사회주의 국가는 이념적으로 생산주의와 평등을 표방했으나, 실제로는 주민들의 소비 수요와 외화 확보라는 현실적 압력에 지속적으로 직면해 왔다. 본 논문은 이러한 이념과 현실의 긴장이 소비와 화폐 영역에서 형성한 구조적 모순과, 그것이 체제 정당성에 미친 영향을 탐구한다. 동독 사례 분석을 통해 본 연구는 암시장과 인터숍의 제도화가 서독 마르크의 우위 지위를 고착화하고 소비 계층 분화를 심화시키는 과정을 살펴본다. 이러한 변화는 사회주의 평등 이념의 설득력을 약화시키고 서독과의 체제 비교를 일상화하며 동독 체제전환을 추동한 하나의 ‘소비혁명’으로 기능하였다. 북한 역시 시장화의 진전과 외화 통용 확대로 국가 화폐에 대한 신뢰가 약화되었으며, 특히 2009년 화폐개혁 실패 이후 외화가 사실상 가치 저장과 거래 수단의 역할을 대신하게 되었다. 그러나 북한은 동독과 달리 남한과의 철저한 단절을 통해 소비 격차가 체제 비교로 이어지는 것을 차단해 왔다. 본 연구는 북한 체제가 시장을 부분적으로 활용하면서도 소비 민족주의와 외부와의 단절 전략을 결합하여 체제 붕괴의 속도를 지연시키고 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시장화와 소비 계층 분화로 북한 주민들에게 소비는 ‘기호’의 영역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러한 흐름은 북한 체제의 구조적 긴장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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