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리스 야쿠포프(Х. А. Якупов, 1919-2010)는 소련의 리얼리즘 양식을 대표하는 화가이지만 그의 작품들은 사회주의 리얼리즘 미술이 갖는 프로파간다식의 경직되고 강압적인 분위기보다는 서정적인 색채를 통해 본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이 담겨있다. 이러한 야쿠포프의 작업 세계에 중요한 영향을 미친 것 중 하나가 그의 첫 번째 해외여행인 북한 탐방이었다. 그는 1959년 가을 북한에서 만난 생명력 넘치는 이국의 자연과 열정적인 사람들의 모습에서 조형적 영감을 얻었으며 이후 그의 작품은 민속적 요소가 짙어지고 인간의 내면을 더 깊이 탐구하게 되었다. 이는 당시 소련 미술계의 엄격한 스타일(Суровый стиль)의 영향이기도 하지만, 형태를 견고하게 구축하고 색채를 풍부하게 구사하는 방식은 작가만의 능력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로 인해 야쿠포프가 그린 김용준 초상화는 김용준의 내면을 드러내고 있어 당시 북한사회에서의 김용준의 위치와 그의 복잡한 심리를 추정해 볼 수 있다. 또한 야쿠포프의 기록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 수많은 에스키스를 그리고, 모델을 연구하는 김용준의 작업 태도를 파악할 수 있었다. 본 논문은 북한의 자료들을 탐색하기 힘든 상황에서 관련된 러시아어 문헌을 살펴 우리 미술계에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김용준의 예술적 면모를 찾아보려 하였다. 그리고 우리에게는 생소한 화가인 야쿠포프의 주요 작품들을 살펴보면서 소련 리얼리즘 양식의 흐름을 알아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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