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북한의 시장인 ‘장마당’ 경제를 체험한 탈북 여성문인의 글쓰기를 통해, 여성주의적 자각도 자본 축재를 추구하는 성장 일변도의 사고 속에서는 시장 논리에 흡수되고 만다는 점을 살폈다. 탈북작가 설송아는 고난의 행군 시기에 생겨난 장마당에서 재산을 축적하여 ‘돈주’(부유층)가 되었다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남한 사회에 정착한 후 여성주의를 학습한 설송아는 돈주가 되었던 과정을 북한의 가부장적 사회에 대한 투쟁의 과정으로 서술한다. 이러한 설송아의 에세이와 소설을 분석하면서, 이 글은 두 가지 논점에 초점을 맞추었다. 첫째, 설송아의 글에서 자본 축적의 욕망과 가부장적 저항은 분리되지 않으며, 이에 성공서사와 성장서사가 뒤섞여 있다. 둘째, 여성주의적 자각을 뚜렷하게 내세우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설송아가 목표로 했던 성장(성공) 서사의 결말은 남성을 대체한 가부장적 권력의 성취로 나타난다. 성공과 성장이 뒤섞이며 여성 가부장이 등장하는 사태는, 여성주의가 궁극적으로 저항해야 하는 대상은 가부장제의 배후에서 위계를 생산하며 이를 권력 및 이익 창출의 기반으로 삼는 시장 체제라는 사실을 알려준다. 이 글의 결론부에서는 ‘부(父)’에 머물지 않고 ‘집(家)’으로 향하는 문제의식, 즉 경제 발전론에 귀속된 삶의 조건을 그 근본부터 해체하는 탈성장 담론의 시각과 여성주의를 결합하는 작업이 필연적으로 요청된다는 점을 서술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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