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찬(李燦, 1910~1974)은 1928년『新詩壇』8월호에 단시「봄은 간다」,「이러진 花園」을 발표하며 등단한 후, 월북 전 서울에서『大望』(1937),『焚香』(1938),『茫洋』(1940) 세 권의 시집을 출판하였다. 그는 광복 후 월북하여 시집『花園』(1946),『승리의 기록』(1947)과 시선집『리찬 시선집』(1958)을 출판하며 40년 넘게 활발히 활동한다. 본고는 시적 세계관의 변화로 인해 리찬 시에 대한 내용적 접근이 쉽지 않다는 점에 주목하고 시세계 저류의 내면성을 탐색해 표면적 차이를 좁혀보고자 하였다. 즉 이질적으로 보이는 두 세계관은 낭만적 세계인식을 저변으로 하여 추동되고 있음을 본론을 통해 규명하고자 한다. 해방 전 리찬은 내외적으로 만족할 만한 조건을 갖추지 못했고, 불만족을 비관적 감성의 작품들로 표출했다. 이 시기 그의 시는 강인함이나 용기, 건강성과 비전은 비록 부족하지만 흔들리는 내면 감정을 솔직하게 대면하며 긴장을 유지한다. 리찬 시에 나타나는 다양한 감정은 지향과 현실 간의 괴리와 불만족에서 발생하는 긴장의 다른 얼굴들이다. 표면적으로는 부정적 감정들이지만 이 감정들은 모두 어딘가 어떤 만족 상태가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에서 발생한다. 부정적 감정들이 조성하는 긴장은 역설적으로 삶을 감내할 에너지를 끌어올려준다. 자신이 처한 조건을 부단히 거리화하며 긴장하는 순간까지 그의 시는 정직성을 에너지로 하는 리얼리티를 갖고 있다. 식민지라는 한 혼란기가 마무리되자 리찬은 사회주의 이데올로기라는 이론적 실천적 이상향과 만난다. 방향성이 애매하던 그의 낭만적 속성은 충족이 필요했고 때문에 마침 체제가 제시해준 환상적 이상으로 급속히 빨려들어 간다. 영웅의 출현, 급속한 개혁을 목도한 그는 이제까지의 공허감을 충족시키며 굳은 신뢰를 강화한다. 북한식 사회주의 체제 정비가 가속화되자 이에 발맞춰 리찬의 작품 역시 분명한 변화를 보여준다. 그는 주체사상을 시 창작 원리로 하여 당의 완전성을 작품에 전제한다. 믿음 자체가 종교화되어 그 영향력으로 현재, 미래까지 장악하려 할 때 의심과 부정이라는 자기 갱신의 에너지는 급속히 사라지고 믿음은 도식화의 길을 걷는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그의 시는 의심의 여지를 인정하지 않는 절대적 믿음으로 굳어져 체제 수호 작품들로 변한다. 정치적 구호와 목표를 완급을 무시한 채 정점에서 쏟아내다 정점에서 끝내는 강압적 감정, 내용만 달라지는 반복적 형식, 비유와 은유를 찾기 힘든 관념어들의 홍수는 내적 형상화의 일정 수준을 담지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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