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공동체라도 공동체라고 불리기 위해서는 그 구성원이 의식하고 있던 그렇지 않던 간에 적어도 그 공동체를 특징짓는 요소가 존재하여야 한다. 이러한 공동체구성요소는 때로는 오랜 세월을 거쳐 일상적인 삶 속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기도 하고 때로는 특정한 시점에서 일정한 의식 하에 인위적으로 형성되기도 한다. 오늘날 민주주의를 표방하고 있는 대부분의 현대국가들은 국가공동체의 정체성을 그 구성원인 국민들의 사회적 합의에 바탕을 두어 형성하며, 이러한 사회적 합의를 성문헌법의 형태로 구체화하고 있다. 대한민국헌법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는데, 최근에는 1987년 이래 비교적 안정적으로 운영되어오고 있던 현행 헌법을 개정하여 공동체의 정체성에 관한 새로운 헌법적 요구를 수용하자는 논의와 함께, 성문헌법 이외의 형태로 존재하고 있는 불문헌법으로서의 관습헌법상의 국가적 정체성에 대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는 ‘신행정수도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을 둘러싸고 제기된 헌법적 분쟁을 통해 ‘서울이 대한민국의 수도’라는 사실이 실질적 헌법사항의 하나로서 대한민국이라는 정치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공동체로서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하나의 요소로서의 지위를 가지고 있음을 확인한 바 있다. 최근 이와 같은 국가적 정체성에 대한 다양한 논의를 더욱 가속화시키는 것은 바로 사회구성원 자체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이주노동자와 결혼이민자의 급증, 내국인 및 재외국민의 자유로운 국내외 이동 등으로 새로운 문화가 국내에 유입되어 기존의 국가적 정체성에 문제를 제기하게 되었다. 이른바 새로운 문화의 유입에 따른 다문화사회로의 이전을 둘러싼 사회적 갈등의 발생과 조정에 관한 문제이다. 우리 헌법은 이러한 사회적 변화에 대하여 다양한 모습으로 대응해왔다. 우선 대한민국 국민으로서의 지위를 강화하기 위하여 국적에 대한 인식을 전환하여 부계뿐만 아니라 모계에 의한 국적취득을 인정하였고 재외국민에게 선거권행사를 허용하였다. 또한 북한이탈주민을 보호하고 정착을 지원함으로써 이들이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하였다. 한편, 대한민국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에 대해서도 평등권, 지방선거권, 근로의 권리, 교육을 받을 권리를 인정함으로써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지키며 사회 통합에 동참할 수 있도록 하였다. 다만 현실적으로는 이를 실현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다문화사회라는 새로운 충격이 우리 사회발전에 기여할 수 있도록 좀더 능동적인 법적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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