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2010년대 미국에서 출간된 여성탈북기를 주요 대상으로 하여, 이들텍스트가 ‘미국화’되어 있음을 지적하고, 이와 같은 효과를 발생시키는 서사(학) 적 장치를 분석해낸다. 이때 여성탈북기의 ‘미국화’란, 북한 주민 인권 문제로 의제화되고 있는 보편 담론이 미국의 인권 담론을 특권화하는 방식으로 생산·소비되는 것을 의미한다. 여성탈북기의 ‘미국화’ 장치는 첫째, 탈북 여성의 ‘소녀화’ 이다. ‘무고한 소녀’의 이미지는 북한의 전체주의와 대조되어 현실의 참상을 더욱 실감나게 전달하지만, 그만큼 북한 여성들은 미성년화되고, 그 소녀들이 향하는 미국은 이상적이고 관대한 세계로 표상된다. 둘째, 내포독자의 욕망을 반영하는 ‘유령작가’이다. 유령작가는 탈북자 증언의 내용을 서구 독자에게 ‘읽힐 수 있는’ 텍스트로 생산하는 역할을 한다. 이때 ‘읽힐 수 있는’ 텍스트란 단지 언어적번역만이 아니라, 서구 독자에게 익숙한 문화적·이데올로기적 번안까지 이루어진 것을 의미한다. 셋째, (신)냉전 세계 지도의 재생산이다. 탈북기는 증언자의이동 경로에 따라 ‘북한 → 중국( → 몽골) → 남한 → 미국’으로 이동하는데, 이때 각나라의 재현은 냉전 체제를 (재)생산한다. 북한은 ‘권력 과잉’의 전체주의 국가로, 중국은 치안 권력이 작동하지 않는 ‘자연 상태’로 그려진다. 이들의 반대편에놓인 미국은 자유세계로 그려지며, 남한은 이곳에 도달하기 위한 경유지로 나타난다. 여성탈북기의 ‘미국화’ 장치들을 규명하는 일은 서발턴의 말하기가 언제나지배 담론에 포획될 위험에 놓여 있음을 재확인하고, 탈북 텍스트의 진실성에 대한 책임이 오직 탈북자에만 귀속되는 담론 구조를 해체하는 데 일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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