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양적 분석을 통하여 북한 기업관리 정책의 개혁성 변화를 시계열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기존의 많은 북한 연구가 채택한 질적 분석이 아닌 양적 분석 방법을 북한의 경제 학술지 『경제연구』에 서지학적으로 적용하여 연구결과의 일관성과 객관성을 확보하고자 한다. 본 연구가 초점을 맞추고자 하는 것은 김정은 시대 북한의 기업관리 정책이 가진 개혁성의 내용과 형식 체계 나아가 그 불가역성에 대한 시사점이다. 세 개의 소논문으로 구성된 본 연구에는 모두 세 가지의 연구방법이 각각 적용되었다. [논문1]은 양적 분석 방법인 ‘문맥색채분석(Context Color Analysis)’을 [논문2]는 양적 분석 방법인 ‘언어네트워크분석(Language Network Analysis)’을 그리고 [논문3]은 질적 분석 방법인 ‘주요개념 의미변화 분석’을 <경제연구>의 기업관리 정책 관련 논문들을 분석하기 위하여 활용하였다. 본 연구에서 전개된 세 가지 분석의 결과를 시기별로 모아서 종합하면 다음과 같이 그 정책적 맥락과 추세를 확인할 수 있다. 1990년대까지의 시기를 종합하면 이 시기의 첫 번째 특징은 나머지 두 개의 시기와 비교하여 평균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의 개혁성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낮은 개혁성 수준 속에서도 1990년대 후반 경제위기 시기에는 일시적으로 높은 권한분산도가 나타남과 동시에 시장원리수용도 또한 상승 추세를 시현하기도 하였다. 셋째 1990년대 후반의 일시적 개혁성향의 현상은 국가 주도의 정책 개혁에 따른 것이라기 보다는 총체적인 경제위기 상황에서 돌파구로 제시된 임시변통적 조치로 해석된다. 따라서 1990년대까지 나타난 기업관리 정책의 특징은 전반적으로 매우 저조한 개혁성과 함께 정책 방향의 예측불가능한 불규칙성이라고 정리할 수 있다. 2000년대 시기에 대한 분석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2000년대 전반에 제시된 개혁적 정책 조치들이 2000년대 후반에 점차 동력을 잃고 오히려 크게 후퇴하는 모습이 나타났다. 둘째 그러한 정책의 혼돈 속에서도 ‘가격결정’ 개념에 부분적인 진전이 나타나고 ‘대안의 사업체계’ 개념이 영향력을 잃어 가는 등 경제 전반의 시장화 추세는 계속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었다. 셋째 개혁적 정책들이 2000년대 후반에 오히려 후퇴하는 현상이 나타난 것은 개혁정책 추진이 최고지도자의 권위와 실리주의 원칙라는 모호한 정책 어젠더에 의존하면서 이해관계자 전반의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는 등 개혁 내용과 추진 과정상의 한계에 그 원인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상기의 세 논문이 분석한 2010년대 시기의 기업관리 정책은 다음과 같이 요약할 수 있다. 첫째 2010년대에 나타난 높은 개혁성은 권한분산도 즉 경영자율성의 꾸준한 상승추세에 의하여 추동되고 있으며 이렇게 강한 분권화 추세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의 제도적 정착에 의하여 구체화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둘째 2010년대에는 기업 내부의 운영원칙으로 실리주의 원칙은 물론 원가 및 가격 등 경제적 공간의 활용이 적극적으로 권장되고 있다. 동시에 기업으로 확대된 가격제정권은 기업의 적극적인 시장 참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는 상황을 반영하고 있다. 셋째 [논문1]에 나타난 2010년대 중반 이후에 나타난 권위도의 지속적 하락추세는 기업관리 정책에서 최고지도자의 권위를 활용하는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상기 세 소논문의 분석 내용을 종합하면 김정은 시대에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중심으로 집약된 개혁적 기업관리 정책의 특징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첫째 기업관리 정책의 ‘내용’과 관련하여 상기의 분석들은 김정은 시대의 기업관리 정책이 매우 높은 수준의 개혁성을 보이고 있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 분권화와 시장화 등 사회주의 소유제도를 제외한 전 분야에서 김정일 시대의 정책 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개혁적 정책들이 도입되었으며 이들 개혁적 정책들은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중심으로 매우 안정적인 내용적 구성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둘째 기업관리 정책의 ‘형식’과 관련하여 과거의 불안정한 모습과는 달리 새로운 기업관리 정책들이 관련 법규의 제정을 통하여 매우 체계적으로 제도화되고 있다. 이는 김정일 시대의 개혁정책들은 내각결정이나 내각지시 등을 통한 하위 규정을 통하여 전격 실시되었던 반면 김정은 시대에는 기업관리 정책의 세부내용들이 기업소법 인민경제계획법 자재관리법 무역법 등 관련 법률의 제·개정과 하부의 규정들을 통하여 체계적으로 정착되었다. 나아가 2019년 4월 개정된 사회주의헌법에 개혁적 기업관리 정책들의 핵심적 집합체인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가 명시되었다는 것은 김정은 시대의 개혁적 정책이 제도적 완성도 측면에서 과거 유래가 없는 높은 수준에 도달한 것을 보여주고 있다. 셋째 개혁적 기업관리 정책이 논의되고 형성되는 ‘과정’과 관련하여 김정일 시대에는 논의의 단절과 의견상충 등 시행착오가 나타났으나 김정은 시대에는 새 정책에 대한 학계의 의견충돌이나 혼란 없이 단계적으로 수렴되는 과정을 보이고 있다. 이는 새로운 개혁정책들이 상당한 준비 및 시범 과정을 통하여 순차적으로 확대되었기 때문인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은 시대 기업관리 정책의 내구성과 불가역성에 대하여 평가하기 위해서는 상기의 ‘내용’적으로 높은 수준의 개혁성 ‘형식’ 측면에서의 제도화된 안정성 단계적인 의견 수렴 및 준비 ‘과정’ 외에 정책을 둘러싼 경제적 정치적 배경에 대하여 추가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 첫째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로 요약되는 김정은 시대의 기업관리 정책은 북한 경제 전반의 시장화라는 경제적 환경변화의 토대 위에서 도입 및 정착되고 있다. 문맥색채분석의 시장화 지표인 시장원리수용도는 2010년대에 최고 수준을 형성하고 있으며 주요개념 의미변화 분석은 각종 ‘경제적 공간’이 활용되고 ‘가격결정’ 방식에 시장원리가 수용되는 경제 전반의 시장화가 2000년대와 2010년대에 걸쳐 꾸준히 진전되어 왔음을 확인해 주고 있다. 둘째 본 연구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를 현실적으로 수용·적용하는 기업 내부의 경영층과 근로자들의 기업문화 내지 행동양식이 2000년대에 이미 실리 중심의 실용주의적 문화로 크게 전환된 것으로 분석된다. 따라서 이러한 기업문화적 기반 위에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는 큰 내부적 충돌없이 자연스럽게 수용되어 운용되고 있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문맥색채분석의 성과지향도 추세와 언어네트워크분석과 주요개념 의미변화 분석에 나타난 핵심어 ‘실리’에 대한 분석결과는 실리주의적 기업운용 원칙이 2000년대에 이미 널리 수용되고 정착되고 있었음을 시사하고 있다. 셋째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는 최고지도자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지지 하에 설계 및 도입되고 운용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하여야 한다. 문맥색채분석과 언어네트워크분석은 2010년대에 들어서서 최고지도자 권위는 전반적인 활용도가 낮아지는 가운데 일부 정책들에 선택적으로 활용되는 추세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가운데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가 언급되는 모든 『경제연구』논문에는 예외없이 최고지도자 김정은의 동 제도에 대한 지지 및 강조가 수반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최고지도자의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에 대한 강력하고 지속적인 지지를 확인해 주는 것으로 보아야 할 것이다. 본 연구에서 분석된 김정은 시대의 새로운 기업관리 정책들은 내용적으로 높은 수준의 개혁성을 보이면서 법률 규정의 형식을 통하여 안정적으로 경제 제도화되었다. 나아가 이러한 개혁적 정책들은 경제 전반의 시장화와 실용주의 기업문화의 성숙된 바탕 위에서 도입되었으며 2010년대에 새롭게 등장한 최고지도자의 강력하고 지속적인 지지를 받으면서 정착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실제적 경영권을 기업에 부여하는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라는 제도가 시장화라는 경제전반의 환경변화나 기업의 성과 중심 실용주의적 행동양식과 관계없이 선행적이거나 실험적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기업 내부 및 외부의 성숙한 여건과 기반 위에서 순차적으로 시행되었다 것은 그 제도가 성공적으로 정착하고 지속적으로 유지 및 발전되는 데에 결정적으로 중요한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한다면 사회주의기업책임관리제로 집약되는 개혁적 기업관리 정책은 정책 그 자체로서 높은 내구성을 보일 뿐 아니라 과거로 회귀 또는 후퇴할 가능성 또한 현저하게 낮아진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즉 김정은 시대 기업관리 정책의 개혁성이 가진 불가역성(不可逆性)은 과거 어느 시기 보다 크게 상승한 것으로 평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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