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 후 북한의 토지문제, 특히 공산정권 하에서 불법적으로 행해진 몰수토지 처리문제는, 법치주의 확보뿐만 아니라 북한주민의 생활안정 및 북한경제의 재건이라는 통일완수 차원에서, 법적 측면은 물론 사회경제적 측면, 나아가 현실 정치적 측면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관점에서 다루어져야 한다. 이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I. 남한과 북한은 극단적으로 상이한 토지소유제도를 채택운용해 왔다. 토지는 가장 근원적인 생산수단이다. 그러므로 토지소유제도의 통합은 통일의 완성을 위한 기본 전제라 할 것이다.
통일 후 토지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제시된 주장은 대체로 독일을 비롯한 동유럽의 경우 및 예멘의 예를 참고한 것으로, 원상회복의 방식, 금전보상의 방식, 현상유지의 방식, 재국유화의 방식으로 유형화할 수 있다. 그런데 북한 내 몰수토지의 소유권 회복문제는 통일의 방식에 따라 그 결과를 달리할 수밖에 없다는 점에 대하여 국내 학자들 사이에 별다른 이견이 없다. 하지만 합의통일과 흡수통일 중 어느 방법을 취하느냐에 따라 통일 후 토지소유권 문제를 해결함에 있어서 본질적인 차이를 발생시킨다는 설명은 설득력이 부족하다. 그 이유는, 첫째, 합의통일을 한다고 하게 되면 통일조약을 통하여 남북 양 체제에 공통되는 부분을 수용하게 되겠지만 경제체제의 기본은 이미 실패가 확인된 계획경제가 아닌 시장경제가 될 것이므로, 이 점에 있어서는 합의통일과 흡수통일 사이에 별다른 차이가 없다. 둘째, 흡수통일로 간다고 하더라도 정책적 배려(현재의 토지이용권자의 생존적 배려)로 인하여 합의통일의 경우와 결과에 있어서 별다른 차이를 보이지 않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II. 통일 후의 토지소유제도의 재편 논의는, 해방 후 북한에서 형성된 토지소유제도가 적법한 절차에 따라 행해진 것인가 하는 것이 선결문제로 대두된다. 이 문제는 북한정권의 성격과 밀접한 관련을 가지게 된다. 만일 해방 이후에 북한지역은 단순한 불법단체에 의하여 점령되어 있었고, 현재 북한의 토지소유제도가 이 불법단체의 주도 아래 이루어진 것이라면, 통일 후 토지소유권 재편 문제는 북한정권에 의하여 변형되기 전의 상태로 돌리면 된다는 논리도 가능하다. 하지만 북한이 국가인가 하는 문제와 민주주의적 정통성을 가지고 있는가 하는 문제는 다른 차원에서 파악하여야 한다. 게다가 북한의 국가성을 부인하는 태도는 남북한이 UN동시가입을 한 이후에는 더욱 유지될 수 없다. 북한을 단순한 불법단체라는 논거로 통일 후에 북한지역 토지에 대한 소유권회복을 주장하는 것은 법리적으로도 허용될 수 없다고 본다. 또한 1946년 북한의 토지개혁은 소련의 점령고권에 의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보아야 하므로, 통일이 되더라도 통일헌법에 의하여 규율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라는 주장도 유의하여야 할 부분이다.
III. 독일은 정치경제적 상황이 우리나라와 유사하였기 때문에 통일한국의 정립방향에 중요한 참고가 될 수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재산권 몰수과정을 살펴보면 매우 유사한 점을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의 재산권 통합방식을 적용하여야 한다는 견해도 있다. 그런데 독일과 달리 우리의 경우에는 북한뿐만 아니라 남한의 경우에도 재산권 몰수행위가 존재하였다는 점에서 상이하고, 특히 토지재산권의 경우에는 그 목적이 남북한 모두 불합리한 토지소유관계를 해소하기 위하여 이루어졌다는 점에서, 그리고 단순히 경작을 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남북한에서 공통적으로 몰수되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더욱이 독일의 경우와 다르게 북한의 경우에는 몰수당시의 권리관계를 공시할 수 있는 부동산등기부와 토지대장 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으며, 이를 남한 판례에 근거하여 법리적으로 해결하는 것은 상당한 무리가 있다. 만일 북한지역의 구소유권을 회복시켜준다면 남한지역의 구소유권도 회복시켜주어야 할 것인데, 그 과정에서 법적용상의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
결국 소유권회복을 논의함에 있어서 그간 남한과 북한에서 이루어진 토지관련 조치 중에서 양자간에 공통되는 부분은 통일 후에도 그대로 효력을 유지하는 방향에서 문제를 해결하여야 할 것이다. 해방 후 민족반역자들로부터 몰수한 토지가 그 예이다. 또한 남한법에 의하든 북한법에 의하든 농지개혁의 대상인 토지에 대하여는 누구도 통일 후에 원물반환을 주장할 수 없는 것으로 보아야 한다. 특히 통일 후 월남자의 소유권회복과 아울러 북한지역에서 몰수 토지를 분배받고 이를 협동농장에 출자한 농민의 이익이 충돌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남북한의 통일은 민족통합의 차원에서 그리고 통일 이후의 북한경제의 활성화를 통하여 국가전체의 경쟁력을 상승시키고자 하는데 그 주된 목적이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 헌법상의 재산권 보장규정을 통일이라는 사회변혁상황에 그대로 대입하여 원소유자의 권리회복문제를 논의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분단 이후에 남한과 북한에서 이루어진 토지소유제도는 통일 후에도 그 현상 그대로 유지하는 전제 위에서 토지소유제도를 개편하여야 할 것이다. 요컨대 통일 후에 소유권회복은 원물반환이든 금전보상이든 이를 허용할 수 없으며, 북한소재 토지에 대해서는 일단 이를 통일한국의 국유로 한 다음 사유화하여야 한다.
IV. 몰수토지문제의 처리는 북한주민의 생계문제, 생업의 터전 확보문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으므로, 이들 문제와 연계되어 다음과 같이 종합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 첫째, 몰수토지의 처리는 통일후유증을 최소화하고 조속한 시장경제체제의 기반주축 및 북한지역의 경제를 활성화시킨다는 기본방침 하에 추진되어야 한다.
둘째, 몰수토지의 처리는 북한주민들이 단기간 내에 자신들의 기초자산을 형성축적하게 함으로써 생활안정을 도모하는 방향에서 추진되어야 한다.
셋째, 몰수토지문제를 최종적으로 마무리함에 있어서 북한주민 스스로 연고가 있는 토지구입에 대해 우선권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해야 한다. 즉 북한주민의 연고권을 존중하는 입장에서 단기적으로는 특별법에 의하여 규율되는 용익권을 설정해 주고, 장기적으로는 사회경제적 사정을 고려하여 사소유권의 대상으로 하여야 한. 그 완충기간 동안 북한 주민은 새로운 경제질서로서의 시장경제에 적응하는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넷째, 국토종합개발계획을 고려하여 도로철도 등의 사회간접자본의 경우와 도시개발을 위한 토지의 경우에는 국공유화시키고 그 이외의 토지는 점진적으로 사유화하는 방향에서 토지소유제도를 개편하여야 한다.
V. 통일한국의 토지 사유화 방향은 택지(주택)는 현재 거주하고 있는 자에게, 농지는 현재 경작하고 있는 자에게 우선이용권을 부여함을 원칙으로 해야 할 것이다. 점진적으로 주택과 농지도 사유화를 추진하되, 북한지역 주민의 기초자산 축적 및 북한잔류를 유도하기 위해 주택의 경우는 일정 금액, 농지의 경우는 일정 면적을 정하여 무상으로 분배하고 나머지는 유상분배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주택과 농지의 임대차계약에 관한 규칙과 이의 사유화에 관한 구체적인 법률이 제정되어야 한다.
이와 함께 북한주민이 현재 거주하는 주택의 계속적 이용 허용, 외국인투자기업의 토지임차권에 대한 기득권 인정, 일정기간 토지거래 금지, 토지소유권 분쟁의 효율적 처리와 토지 사유화 작업을 추진하기 위한 기구의 설립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통일과정에서 남북한이 통일합의서 또는 통일헌법을 채택할 경우 이들 문서에 몰수토지처리에 관한 기본원칙과 세부적인 처리방안을 사전에 명시함으로써 헌법적 근거를 마련함으로써 법적제도적으로 관련 당사자들 사이에 첨예한 이해대립이 발생하는 것을 최소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아울러 북한의 토지소유제도 개편에 관한 기본 방향을 규정하는 통일토지기본법을 제정할 필요가 있다. 통일토지기본법은 통일에 따른 토지개발과 합리적 분배를 위한 법적규제가 강화되고 일정한 토지제한권 제한이 따름을 명시해야 할 것이다. 또한 국가재산관리청을 설치하여야 하고, 지적조사를 위한 특별법제정 및 전담기구를 설치한 후 북한지역 지적조사사업을 빠른 시일 내에 실시하여야 하며, 북한지역 토지투기를 방지하기 위해 토지 공개념을 활용하여 북한지역 일정 토지에 대하여 토지거래허가제를 실시하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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