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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문화

끓일 수 없는 가마 -- 북한이라는 하나의 폭력에 관한 자전적 실화 소설

상세내역
저자 이도건
출판연도 2025년 10월 14일
출판사 페스트북
쪽수 536
키워드 #북한주민   #북한인권   #역사소설   #감옥   #이도건
조회수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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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평양 출신으로 13년간 특수부대에서 복무했으며 대외경제성 89관리국 지사장을 비롯해 국가보위성과 검찰 등에서 활동했다. 권력의 심장부에서 직접 경험한 북한의 모순과 진실을 기록하기 위해 목숨을 걸고 자전적인 글을 썼다. 원고 적발과 멸문의 위험을 감수하면서도 펜을 놓지 않았던 이유는 인간으로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함이었다. 이 책은 그 극한의 저항이 남긴 기록이자, 북한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세상에 전하고자 하는 증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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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내용

『끓일 수 없는 가마』는 북한 안에서 직접 겪은 현실을 바탕으로 쓴 자전적 실화 소설이다. 작가가 북한 내부에서 집필해 목숨을 걸고 반출한 이 원고는 존재만으로도 문학의 경계를 넘어서며, ‘글을 쓴다’라는 행위 자체가 지닌 무게와 의미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이 책은 북한 체제 내부에서 ‘그 구조가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몸소 겪은 사람의 시선에서 서술되므로 외부인의 추론과는 차원이 다른 밀도를 지닌다. 독자는 사건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체제 안에 깊숙이 들어가 있는 감각을 경험하게 되며, 북한 사회가 어떻게 인간의 존엄을 파괴하는지를 체감하게 된다.

이 책은 사실로서의 증거와 감정의 울림을 동시에 지닌다. 또한 감옥과 심문, 억류와 수색이라는 극한 상황 속에서도 문장을 이어간다는 것은 그 자체로 이미 자유의 증거이자 저항의 행위가 된다. 이 책이 단지 ‘북한 인권’이라는 이름 아래 분노만을 불러일으키는 고발서로 소비되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우리 사회가 어디까지 진실을 받아들이고, 그 진실에 어떤 책임을 질 수 있는지를 시험하는 물음으로 활용되어야 한다. 검열의 벽을 넘어 전해 온 사라질 뻔한 목소리가 지금 이 순간, 우리에게 침묵을 계속 이어갈 것인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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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권력의 작은 의자라도 차지한 지금은, 간부하는 하느님의 밑구멍에서 애당초 양반 감투를 쓰고 삐져나온 특수한 존재처럼 변해 버리고 말았다. 변하는 것은 객관세계의 이치이지만 어떻게 변하는가는 인간세계의 이치이다. 처한 사회적 환경의 요인으로 사람의 변화는 서로 다르게 이뤄진다. 하여 강태걸의 변화도 비정상적인 사회환경에서의 정상적인 진화라고 보아야 옳을 것이다.
-p.98

암만 생각해 봐야 꼭 누구의 중정을 떠볼 셈으로 행차한 듯싶었다. 능청스러운 사람 앞에서 새빠지게 속내를 드러내 보인 것 같아 리열은 정신이 얼떨떨했다. 짙어 가는 어둠이 종잡을 수 없는 불안과 모순의 깊은 미궁 속으로 그를 끌어들이고 있었다.
뒷일은 말할 나위 없이 뻔하게 번져졌다. 연약한 김영숙이 칼도마에 올라 울고 까무러치며 항변했지만 소용없었다. 밤새 잣 20톤이 모두 도륙당하는 것으로 문제는 속결되고 말았다. 새벽 4시가 훨씬 지나 꼬리 긴 화물차가 무겁게 움직였다. 마을의 개들이 저마끔 짖어대며 수탈자들을 지탄했다.
-p.113

사변적인 불의의 기습에 반 정신이 나갔던 노동자들이 차츰 반발하기 시작했다.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참는 데도 한계가 있었다. 제 아니 정치적으로 암둔하고 짓밟히는 것을 숙명으로 감수하고 살아오는 뿔 구부러진 노동계급이지만 1년 나마 피땀을 바쳐 가꿔 온 삶과 노동의 터전을 속수무책으로 강탈당할 수는 없었다.
물론 계급투쟁의 전 역사에 붉은 두 주먹으로 참전하여 온 프롤레타리아트(Proletariat)의 억센 철의 기상은 아니었고 무쇠 팔뚝으로 압제의 쇠사슬을 끊어버리던 인터내셔널(International)의 노래는 부르지 않았다. 그저 저조한 투정과 무언의 항변에 불과했다.
-p.147

그토록 미화하는 사회주의 미풍양속에 이런 잔인한 악습이 공인된다는 사실이 리열은 도무지 믿기지 않았다. 제도적 묵인 속에 리열과 남혁은 지금 두 벌 죽음을 강요당하고 있었다. 이것은 삶에 대한 가혹한 모독이었다. 동시에 생명에 대한 유린이었고, 권리에 대한 박해였다.
그러나 그 어떤 열변으로도 고질적인 인습을 설득하기는 어려웠다. 죽은 사람은 죽은 사람이고, 산 사람이 먼저라며 이구동성으로 역설하였다.
나름 완고한 주장들을 향해 리열은 전횡을 부리듯 선포하고 말았다.
“하늘에서 벼락이 떨어지든, 천벌이 내리든, 모든 저주를 내가 다 맞겠다! ‘관혼상제’의 예식을 갖추어 삼일장을 치를 것이다! 집으로 데려가서!”
한발 물러선 사람들이 객사한 영구는 절대로 집에 들이지 않는다며 그 역시 막아 나섰다.
-p.286

남궁윤은 함구무언으로 듣기만 했다. 마음속에는 점점 불만이 불어나고 있었다. 그가 그럴 만도 했다. 먹기는 다 같이 먹고, 잡고 각을 뜨는 일은 자기보고만 하라지 않는가. 이러다 먹고 탈이 나면 뒤 청소까지 시킬 잡도리였다.
이런 더러운 꼴 봤나, 강태걸 그 자식은 입 다문 값으로도 한몫 챙겼는데, 왜 나만 개고생…!
김경식은 그의 심정이 이해되는 듯 짐짓 미안한 내색을 했다.
“어쩌겠소. 제복을 입었으니, 동무 부담이 크오. 좀 더 수고해 주오. 내 다 생각 있으니….”
-p.334

전자는 인정하면 안 되는 사회적 문제였고, 후자는 인정할 수 없는 개인적 문제였다. 그는 모순의 진펄에 빠져 허덕였다. 명확한 대답을 찾으려면 아직도 멀고 험한 가시덤불을 헤쳐야 했고, 아프고 괴로운 운명의 희롱을 허다하게 당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것은 앞날의 일이었다. 당장 마주한 것은 현재가 아니던가. 그래서 사유는 오늘에 뿌리내리는 것이다.
-p.403

생계로 분주하던 시공간이 어둠의 아가리에 먹히기 시작했다. 어느 끝부터 씹히고 있는지 어느새 피가 낭자하여 하늘 천지가 온통 붉게 물들었다. 야만적인 어둠은 빛줄기가 남아 있는 시간을 한 토막도 남기지 않고 모조리 삼켜버릴 것이다. 이제는 황혼이 어둠으로 화하는 것은 시간문제였다. 꺼져가는 광명의 처절함이 가슴 아픈 듯 리열은 쇠살창 너머 창문가의 피빛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자연계와 인간계에는 공통된 원리와 법칙들이 작용한다는 철학적인 사색이 그로 하여금 선지피를 쏟으며 쓰러지는 자신을 비추어보게 하는 것이다. 비분강개함에 터진 가슴이 저 하늘을 피로 물들이고 있으리라….
-p.487

제목에 대해 굉장히 오랜 시간 고민했어요. 제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을 제목에 모두 담고 싶었기 때문이죠. 그러던 중 ‘물’과 ‘불’, 그리고 ‘가마’라는 세 가지 개념을 떠올렸습니다. 물은 인간을, 불은 국가를, 가마는 이 둘의 관계를 유기적으로 결합하는 사회를 상징하는 관계로요.
본래 가마는 서로 상극적인 물과 불이 만나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위대한 발명품입니다. 하지만 북한이라는 사회는 구멍 나고 깨진 ‘끓일 수 없는 가마’와 같아요. 국가와 국민의 모순적인 관계와 현실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작가 인터뷰

탈북 전 이 원고를 믿을 만한 몇몇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더니 “정말 이 정도였냐”라며 놀라더라고요. 북한에서 평생 살아온 사람들마저 그렇게 반응하는데, 외부의 사람들은 얼마나 더 모르고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바로 그 지점에서 이 원고를 반드시 세상에 알려야겠다는 마음이 생겼고요.
-작가 인터뷰

북한 문제는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니라는 점과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역사를 함께 해 온 우리 민족의 이야기라는 점을 꼭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나아가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고, 인권 개선에 작은 관심을 기울이면서 한민족으로서 서로를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이 그런 계기가 되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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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차
제1장 혁명적 수탈

제2장 우연, 아니면 필연?

제3장 ‘유령’ 만드는 ‘유령’

제4장 모난 돌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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