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논문] 섬뜩한 심리 묘사와 ‘실재에의 열정’-박완서 소설에 대한 존재론적 독해-
...‘속물근성’과는 분명히 구별되어야 한다. 박완서가 다루는 섬뜩한 심리들은 정신분석적 의미에서의 ‘실재’로, 언제나 상징적 질서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발견할 수밖에 없는 모든 주체들에게 필연적인 것이다. 실재를 활자화하려는 작가의 열정을 ‘실재에의 열정’으로 규정할 때, 흥미로운 것은 박완서의 인물들이 작가와는 정반대되는 열정, 즉 ‘가상에의 열정’에 의해 추동된다는 점이다. 인물들은 사회적 외관을 유지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작가는 외관 너머의 실재를 폭로하는 데 필사적이다. 따라서 박완서의 소설 세계는 작가의 ‘실재에의 열정’과 인물들의 ‘가상에의 열정’이 경쟁하는 열정의 각축장이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