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논문] 도래하지 않을 미래를 쓴다는 것 ―해방기 북한 토지개혁과 『농민소설집』(1949) 시리즈를 중심으로
이 글은 북조선농민동맹중앙위원회 군중문화부가 토지개혁 3년차를 맞아 출간한 『농민소설집』 시리즈(총3권·4책)의 기획 배경과 의의를 살펴보았다. 『농민소설집』은 전형적인 농촌 선전 서사로 읽히기 쉽지만, 그 서사의 배면에는 당대 북한사회의 핵심 과제들과 욕망, 난제들이 투영되어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요한다. 해방기 ‘토지개혁’은 북한에서 이룩한 반제국주의·반봉건주의와 ‘민주주의’의 성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지표이자, 진정한 ‘해방’의 의미와 본질을 설파할 수 있는 증좌였다. 남북은 ‘두 번의 해방’이라는 수사를 통해 ‘해방’의 의미를 각기 전유하고, 이념적 정당성과 우월성을 증명하고자
[학술논문] 해방기 북한(이북) 소설과 토지개혁 -‘민족’과 지주 형상을 중심으로
민족은 민족국가 형태로 구획된 근대의 세계에서 단위 국가 구성원에 대한 명명으로 사후적으로 조직되지만 원형적인 아우라로써 내부 결속을 다지는 정치적 효과를 발휘한다. 따라서 국가 없이 근대 세계를 맞이한 한반도에서 해방은 식민지기 내내 정신적 차원에 머물러 있던 민족의 개념이 국가 건설을 매개로 구체적인 실체를 갖게 되는 계기이기도 했다. 해방기 남북한 소설에 형상화된 해방의 국면에는 저마다의 계급적 이해관계에 맞춰 간직해 왔던 민족 개념의 심정적 일체감이 일시적인 초계급적 환희 이후 사적 이익의 향방에 따라 균열되며 충돌하는 순간들이 포착되어 있다. 이북 소설에서 토지개혁은 농민들의 사적 이익을 충족시킴으로써 이 상황을 봉합하고 일정한 방향에 따라 국가 건설을 진행하는 계기로서 등장한다. 이것은 곧 건설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