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논문] 정신분석의 시각에서 본 현대 한국의 고문과 조작
...카프카식의 외설성이 개입한다. 고문 • 조작 사건들의 경우 판사는 ‘눈 먼 대타자’라기보다는 ‘눈이 먼 척 하는’, ‘모르는 척 하는’ 대타자이다. 한국 현대사의 경험, 좌우 대립의 역사 속에서 누가 승리하는가에 의해 권력이 진실을 결정하는 처절한 역사적 경험을 우리는 공유하고 있다. 고문 피해자가 상실된 자기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과 유사한 거울이미지가 필요하며, 그것에 대해 상징적 현실, 대타자로부터의 인정을 필요로 한다. 김근태와 김병진, 서승이 자신이 고문당한 고통스런 과정을 정밀하게 써나간 것은, 고문과 조작의 진실을 뭇 타자들로부터 인정받고 파괴된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한 점이 주요한 동기였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