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논문] 정신분석의 시각에서 본 현대 한국의 고문과 조작
...카프카식의 외설성이 개입한다. 고문 • 조작 사건들의 경우 판사는 ‘눈 먼 대타자’라기보다는 ‘눈이 먼 척 하는’, ‘모르는 척 하는’ 대타자이다. 한국 현대사의 경험, 좌우 대립의 역사 속에서 누가 승리하는가에 의해 권력이 진실을 결정하는 처절한 역사적 경험을 우리는 공유하고 있다. 고문 피해자가 상실된 자기 정체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먼저 자신과 유사한 거울이미지가 필요하며, 그것에 대해 상징적 현실, 대타자로부터의 인정을 필요로 한다. 김근태와 김병진, 서승이 자신이 고문당한 고통스런 과정을 정밀하게 써나간 것은, 고문과 조작의 진실을 뭇 타자들로부터 인정받고 파괴된 자신의 정체성을 회복하고자 한 점이 주요한 동기였다고 할 수 있다.
[학술논문] 조작된 간첩, 파레시아의 글쓰기 - 재일조선인 김병진의 수기 『보안사』를 중심으로
한국전쟁 이후 전 세계적인 냉전 질서와 남북한 분단 체제하 통치성의 구조가 변동해오는 가운데 남한은 반공국가로서 자신의 위상을 공고히 해왔다. 적대적 공생관계에 놓여 있던 남북한 분단 상황에서 남한의 통치성은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반공 이데올로기를 재생산하는 과정 속에서 발현되었다. 그리고 이때 간첩은 핵심적인 이데올로기 장치로서 기능했다. 박정희 유신독재정권과 그 뒤를 이은 전두환 군부독재정권에서는 공안 기관을 동원해 재일조선인을 간첩으로 조작하였다. 해방 이후 남한 사회에서 재일조선인은 기민정책의 대상으로 배제되어왔는데, 독재정권 하 체제의 실정성을 유지․강화하기 위한 장치로서 간첩 만들기의 최적화된 대상으로 호명되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간첩 조작 과정에서 법 기술에 기초한 간첩 서사가 만들어져 미디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