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논문] 한국 영화 속의 동아시아-귀환의 문제를 중심으로-
문학에서 동아시아론은 20 년이 넘는 시간을 분투해오면서 다양하고 의미 있는 논의들을 생산해왔다. 그러나 이 동아시아론이 한국 영화에 관한 논의에는 적합한 형태로 적용된 적은 많지 않았다. 이 글은 문학에서 발령된 동아시아론을 최근의 한국 영화들에 적용해보려는 시도이다. 동아시아 논의가 국민국가의 경계를 가로지르며 동아시아 전체를 포괄하는 지역적 사고를 요구하는 것이라면, 이것이 예술 작품에 적용될 때는 필연적으로 디아스포라의 문제와 연결된다. 동아시아의 역사에서 디아스포라의 문제는 주되게는 귀환의 문제였는데, 동아시아를 다룬 최근의 한국 영화에서는 귀환보다 그 귀환의 불가능성이 주목된다. <마이웨이>는 동아시아 역사를 휴머니즘으로 포괄하려 했지만 결국은 어느 나라에서도 환영받지 못하는 결과를 맞았다...
[학술논문] 평화, 천황 그리고 한반도: 와다 하루키와 전후 일본 평화주의의 함정
...연구를 지탱하던 기본 관점은 1950년대부터 견지해온 탈식민과 침략비판이라는 관점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후반의 위안부 문제를 둘러싼 공방 속에서 와다는 스스로의 두 가지 원칙에서 멀어지게 된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 일본 내에서 개헌이 현실화되자 전후 평화주의를 적극적으로 옹호하며 호헌의 입장을 취하게 되는데, 이 때 일본의 전후 평화주의가 쇼와 천황 히로히토와 현재의 천황 아키히토로부터 비롯된 것이라는 논점을 취하면서 뿌리깊은 보수주의적 문화관으로 관점을 이동시킨다. 이는 탈식민과 침략비판이라는 원칙과 한반도 연구에서 동아시아론에 이르는 자기 언설을 동시에 뒤집는 귀결로 이어진다. 이런 와다의 입장변경은 결국 메이지 유신 이래 꾸준히 존속해온 뿌리 깊은 문화적 보수주의의 발로로 평가될 수 있다.
[학술논문] 동아시아 없는 동아시아 지역주의
...구상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동아시아 지역 질서를 구성하는 단위로서의 국민국가의 위상을 재조정하는 것일 뿐이었다. 그런 점에서 동아시아 지역주의는 동아시아 국가나 지역들 사이의 협상의 산물이 아니라 패권 국가 주도의 경제 질서 구축이었다. 따라서 일본과 미국 측의 지역주의 구상에 대응하는 동아시아 국가와 지역에서의 응수, 즉 수용과 저항 등 담론 질서 외부로부터의 움직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지역주의 구상이라는 측면에서 전전의 일본, 전후의 미국을 중심에 두고 사고하는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지만, 지금-여기에서 근현대 동아시아 지역 질서의 변동 과정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기 위해서라도 지금까지의 동아시아론에서 흔히 간과되어왔던 소련, 중국, 북한 등의 국가나 지역을 시야에 넣을 필요도 있을 것이다.
[학술논문] 유원능이 또는 근교원교: 중형국가의 국제관계
...가졌다는 보도(『중앙일보』, 6.12)도 흥미롭다. 푸틴이 북한에 이어 베트남을 방문한 일정(6.20)도 러시아의 남진을 실감케 한 바, 동아시아 판 전체가 움직이는 이 미묘한 때 도래할 공존의 미래를 위한 한 점검으로서 이 묵은 글을 다시 한번 돌아보는 것도 아주 의의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이 발제는 다른 의미로도 내게 중요하다. 1993년 봄 동아시아론을 제기한 이래, 소국주의를 재평가하면서 대국과 소국을 매개하는 중형국가로서 한국의 위치를 조정하는 중간 결산(「대국과 소국의 상호진화」, 『창작과비평』, 2009 봄)에 이른 바, 중형국가에 걸맞은 국제관계의 모형을 제기한 것이 바로 이 발제다. 대국주의적 부국강병론에 입각한, 악명 높은 원교근공(遠交近攻)을 여하히 해체할까? 다시 생각하면 일제도 이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