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논문] 해방기 남북한 희곡의 젠더정치 연구
...대변할 수 있게 된다. 당대 연극의 경직된 민족담론 안에서 여성은 진정한 해방을 맞지 못하고 재식민화, 재타자화됐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포섭하고 배제하는 전략이 극적으로 성공한 것이었는지에 대해서는 재고해 볼 필요가 있다. 민족의 호명 아래 섹슈얼리티를 완벽하게 통제하고자 하는 욕망은 모리배의 아내와 헬로걸을 축출하는 결과로 이어졌는데, 타락한 여인들은 종국에 모든 책임을 자신에게 돌리고 스스로를 처벌하는 등 마치 비극의 여주인공처럼 행동하면서 멜로드라마적 과잉을 이끌어낸다. 북한의 합평회라는 연극검열 장치가 포착하지 못했으며 남한의 연극에서도 발견되는 여성인물들의 흔적과 이들에 대한 연민의 시선은, 종국에 해방기 극텍스트가 지향했던 숭고한 건국 도상에 잔영을 드리우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