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논문] 한국전쟁과 사형제도
...이외에 국가가 형식적인 사법절차를 동원하여 부역혐의자를 가려낸 후 처형한 사례들은 정당한 형벌의 집행이라고 간주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이들에게 적용된 형벌규범은 그 자체가 위헌적이면서 위법한 것이었고, 형사재판의 절차 또한 법치국가에서는 허용될 수 없는 특례를 두어 정치적인 목적에따라 합법적으로 국가권력에 의한 사법살인을 가능하게 하였다. 이와 같은 행위는비국민으로 지목된 집단 전체를 대상으로 하면서도 경우에 따라서는 특정인을 정적내지 정권유지의 방해물로 간주하거나 정권 스스로가 져야 할 책임을 전가하는 수단이었다. 따라서 사형의 정당성을 응보 내지 예방적 관점에 입각하여 지지하는 것이 대체적인 존치 논거로 작용하고 있으며, 그것이 사회 내부의 국민정서를 완고하게 이끌고 있으나 전쟁기간 부역혐의자와 정치적 반대자들을...
[학술논문] 국민과 비국민의 경계― 피학살자유족회사건을 중심으로
...살펴보면 재판의 쟁점이 피학살자가 ‘국민’인가 ‘비국민’인가 하는 데 놓여 있었음을 알 수 있었다. 유족회와 유족회 활동이 반국가적인가 아닌가 하는 것은 그 연장선 상에 놓여 있었다. 판결문은 “북한괴뢰의 동조자였던 보련원 및 국가보안법 기 미결수의 피살은 불법에 의한 것이라 할지라도 반공을 국시로 하는 대한민국의 충실한 국민이라고 할 수 없을진대…”라고 하였다. 이는 피학살자는 단지 비국민이라는 이유로 학살을 당하고도 학살자에게 죄를 물을 수도 없고 그들의 죽음을 애도해서도 안 되는 ‘호모 사케르’였음을 말한다. 국민과 비국민의 경계는 유동적이었다. 예컨대 유족회사건에서 유일하게 사형을 선고받은 유족의 피학살자...
[학술논문] 망명의 기록, 난민의 시간: 한국전쟁기 중립국행 포로 주영복의 수기를 중심으로
...시간이 이후 이들의 국가와 자기 인식에, 그리고 통치 권력과의 관계 설정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게 되는지 주목하고자 한다. 인도에서 중립국행 포로들은 인도-유엔-남한 정부라는 통치 권력의 작동 안에서 ‘포로’이자 ‘민간인’이고, ‘억류자’이자 ‘자유인’이며, ‘비국민’이자 ‘국민’이라는 이질적이고 모순된 존재가 된다. 그러나 이 모순된 자리는 역설적으로 그간 견고하게만 보였던 국가(State)의 작동과 개인의 상태(state) 사이의 틈새를 포착할 수 있게 만든 자리이기도 하였다. 이를테면 주영복은 이때의 경험을 통해 자신이 ‘반공포로’가 아님을 발견하게 되었으며...
[학술논문] 1970년대 한국 대중의 정치의식과 ‘반공국민’으로 살아가기 - 개인일기 4종을 통해 본 1970년대 대중의 정치의식
...부작용이나 정치적 독재체제에 대한 불만과 우려를 잠재울 수 있는 ‘여의봉’과 같았다. 이 시기 언론은 대중의 감성적 경험을 사실화, 이데올로기화하는 역할을 하였다. 또한 향토예비군, 민방위, 반공교육 및 체험 활동 등은 냉전 체제하의 국가 안보를 위한 의무적 활동으로 선전·시행되었고, 이를 거부하는 것은 ‘비국민’ 혹은 ‘빨갱이’라는 내부의 적으로 간주되는 상황이었다. 이 글의 일기 필자들에게 격렬한 경험이자 트라우마는 해방 이후 전쟁과 가난이었다. 한국전쟁 과정에서 이념적 갈등, 가족과 주변 친지들을 잃은 원초적 분노와 슬픔, 전쟁의 물리적 폭력으로 인한 삶의 기반 파탄에 따른 극한의 가난도 경험했다. 이런 상황은 감성적 ‘반공국민’으로...
[학술논문] 여성은 어떻게 국가를 만드는가― 전지니, 『극장과 젠더-냉전과 남북한 극장의 젠더정치(1945-1980)』 (소명출판, 2024)
전지니의 『극장과 젠더』는 극예술을 통해 해방 이후부터 남한과 북한이 민족국가를 만드는 방식을 추적한다. 그는 하나였던 국가가 서로 다른 사상을 선택하며 전쟁을 치르고 남북한으로 서로 다른 국가를 수립하며 각자의 국가와 민족을 만들고 있으나, 여성이라는 타자를 공통적으로 선택하고 있음을 분석했다. 여성은 관객들에게 국민과 비국민의 경계를 교육하고 국가의 체제를 찬양하기 위해 소환되었다. 그들은 극예술에서 재현되면서 타자화되고 대상화되면서 남성주체의 민족국가를 만드는 데 활용된다. 한 국가이자 두 국가인 남북한은 서로 다른 이데올로기를 선택했으나 가부장제를 공유하며 여성을 통해 각자의 민족국가를 수립하고 민족 국가의 남성 주체를 낭만화한 것이다. 그렇게 만들어진 남성 민족국가는 여성이라는 타자가 없이는 존재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