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논문] 주변부의 근대-남북한의 식민지 반봉건론을 다시 생각한다-
‘식민지=근대’라는 식민지근대론의 원점으로 돌아가 식민지를 서구와 아시아라는 이질적인 시간과 공간이 겹쳐지는 장소로서 파악한다면, 1980년대 한국의 지식계를 강타했던 식민지반봉건론의 문제의식이 되살아나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두 이론은 근대 혹은 자본주의의 비대칭성, 불균등성에 주목한다는 점에서 공통된다. 1930년대 중반 일본에서 벌어진 ‘중국통일화논쟁’의 핵심은 식민성을 어떻게 볼 것인가였다. 야나이하라 다다오는 근대화론 혹은 식민지탈화론의 입장이었고, 오카미 스에히로의 논의는 식민성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정체론에 가까웠다. 나카니시 쓰토무는 양자를 비판하면서 반식민지의 자본주의 발전에 있어서의 제국주의의 이중성과 그에 따른 민중의 저항에 주목하였다. 식민지조선의...
[학술논문] 문화사로서의 한국학의 조건과 사명-휴즈의 『냉전시대 한국의 문학과 영화』를 통해 본 미국 한국학의 단계들-
휴즈의 『냉전시대 한국의 문학과 영화』는 냉전기 ‘대한민국’이 자기의 담론적 경계를 형성하는 과정을 당시의 문학과 영화 텍스트 분석을 통하여 추적하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그러한 정체성 정치의 핵심은 일본제국, 북한, 미국이라는 시공간적 타자를 처리하는 방법들이라고 본다. 따라서 이 책은 냉전시대 남한의 한국 내셔널리즘에 대한 분석이지만, 일제시대와 해방공간(1945-1948)까지도 포괄하게 된다. 이처럼 광범위한 문화 텍스트들의 분석을 통해 저자는, 정치적으로 식민지, 전쟁, 혁명, 분단, 개발 독재 등의 격변을 겪은 근대 한국의 역사로부터, 지속적으로 등장하는 이데올로기소들을 지목하고 그들끼리의 교섭 양상을 드러낸다. 근대 한국의 문화적 역사를 목표로 하면서, 저자는 특히 문화 텍스트에
[학술논문] 식민지농촌 구술의 서사구조와 문화콘텐츠적 의의 - 전북 정읍 신태인읍 화호리 지역을 중심으로 -
본고는 기존의 채록된 주민구술본(2007)을 바탕으로 스토리텔링 가능성과 문화콘텐츠적 성격을 고찰한 것이다. 전북대학교 20세기민중생활사 연구단에서는2007년부터 화호리의 식민농촌 경관에 관한 현지조사를 실시하였던바, 필자들은주민구술본을 토대로, 식민지 시대에 대응한 다양한 삶의 전형을 검토하면서, 문학적 접근방식을 활용하여 스토리텔링의 가능성을 고찰한 것이다. 그중에서도 화호리의 시대적 의미와 문화콘텐츠적 가치를 드러내주고 있는 세 계열의 이야기 전형혹은 삶의 형태를 제시하였다. 첫 번째 계열은 일본인과 조선인 부모결합에서 태어난 안씨와 반씨 일가 이야기이며, 둘째는 순수 조선인인 조O욱과 이O우·김O규·김O석, 나머지는 김철수(1893- 1999)이야기다. 첫째 계열의 가장 큰 특징은
[학술논문] 박팔양 시와 낭만적 코즈모폴리턴
...의식은 시대를 대변하는 사상적 지향점이었다. 문제적 작품인 「사랑함」과 「季節의 幻想」은 일제를 의식해서 지은 것이라기보다는 만주라는 국제적 대도시를 목격한 시인이 극대화된 코즈모폴리턴 상상력을 표출한 결과물이라고 볼 수 있다. 제국주의의 건설야욕으로 조성된 도시문명의 화려함을 추수하는 것으로만 「季節의 幻想」을 볼 것이 아니라 내재된 혼종적 감정을 읽어내고, 민족주의적 애국심과 코즈모폴리턴 박애주의가 결합된 의미로 「사랑함」을 해석한다면 이제까지의 일방적 해석을 초극할 가능성이 있다. 또한 박팔양의 『滿洲詩人集』 수록 시가 문학사에서 외면 받고 지탄받아야할 것으로만 이해될 것이 아니라 식민지근대의 시인이 취한 하나의 지향점이 드러나는 작품으로 해명될 때 박팔양의 문학사적 궤적은 분명해질 수 있을 것이다.
[학술논문] 빨치산과 친일파 ― 어떤 역사 형상의 종언과 미래에 대하여
...상상을 제시하였기 때문에 가능하였다. 그러나 빨치산은 대거 토벌의 대상으로 죽음을 맞이해야 했다는 점에서 그 증언자로서의 자격을 사후적으로 부여받았을 뿐이다. 다른 한편 1987년 발표된 복거일의 『비명을 찾아서』에서부터 최근 위안부 문제, 영화 등에서 볼 수 있듯이 친일파의 형상은 계급적으로 하층으로 내려가고 있으며 갈수록 풍요로워지고 있다. 무엇보다 식민지 근대성 담론은 도덕적이고 정치적이었던 이슈인 “친일”을 식민지 자본주의 사회관계 형성에 따른 “협력”으로 전환시키는 데 기여한다. 경제주체로서의 근대적 주체의 형성에 내포된 필연적 경향으로 본 것이다. 그러나 식민지 시대를 근대성과 저항 민족주의의 경합 장으로 묘파하고 있는 작금의 대중문화는 친일파 이슈의 역사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