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논문] 정신분석의 시각에서 본 현대 한국의 고문과 조작
고문 상황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고문자와 피고문자 간 힘의 절대적 불균형성이다. 대타자 앞에 선 주체가 ‘돈이냐, 목숨이냐’라는 강제된 선택에 직면하듯이 고문자 앞에 선 피고문자 역시 ‘고문 이냐, 자백이냐’의 선택을 강요받는다. 고문 과정은 대타자의 은유적 대체와 상징적 질서의 변화, 그 결과로서 주체의 재정립이 일어나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고문자들은 “우리가 간첩이라고 하면 간첩이지”라는 ‘주인담론’을 제시하며, 피고문자를 간첩이라는 주인기표로 대체한다. 그 다음으로 일종의 ‘대학담론’이 뒤따르는데, 고문자는 피고문자에게 그렇다면 어떻게 북한에 갔다 왔는지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고 증거를 제시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