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논문] 박완서 소설의 ‘공모’ 의식과 마음의 정치—1987년 이후와 박완서 소설의 1970년대 서사
박완서는 1989년 <복원되지 못하는 것들을 위하여>라는 단편소설을 발표한다. 1987년 전국적인 시위를 거쳐 대통령 직선제를 이루어내고서, 한국사회는 ‘1987년 민주화 이후’의 시기로 접어들었던 때이다. 1961년 박정희 군사 정권시절부터 전두환 대통령 시절을 거쳐 1987년에 비로소 이루어진 직접 선거제도는 민주주의의 상징처럼 한국사회를 기대와 희망으로 들뜨게 만든다. 그리고 실제로 1988년 월북작가의 해금조치를 비롯하여 과거사를 청산하는 여러 가지 복권운동에 이르기까지 대대적으로 변화하기 시작한다. 1970년 등단하여 줄곧 반공주의의 영향력을 다뤄온 박완서는 1970년대 어느 작은 마을에서 국회의원 선거를 치룰 때마다 마을의 주민들이 권력의 편에 서기 위해 스스로 선거
[학술논문] ‘조국’의 지리적 경계로서 휴전선과 냉전의 심상지리 - 이은상의 『피 어린 육백리』와 냉전의 감각 -
『피 어린 육백리』는 휴전선이 수려한 자연경관을 유지하는 국토의 한자락이지만, 어느 곳이나 핏 자국이 어려있는 고난의 경험을 간직한 길임을 답사하면서 확인하는 서사이다. 이 수난이 민족의 수난이기에 핏 자국은 거대한 희생을 치룬 증거가 되고, 휴전선 육백리를 걸어가면서 정의를 회복하기 위해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자유진영을 중심으로 ‘국가’의 관념을 재배치한다. 휴전선을 통해 국경을 상상하는 피 어린 육백리의 서사는 휴전선과 이북을 적으로 규정하면서 반공전선을 중심으로 구획되는 자유진영, 자유세계로 국가의 영역을 확장하는 국경인식을 구성한다. 휴전선을 통해 국가를 상상하는 것은 적대감을 통해 위기를 고착화하고, 전쟁을 준비하는 냉전의 감각으로 현실을 인식하는 것이다. 이은상의 기행문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