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술논문] 허준의 <잔등>에 나타난 소비에트 인식과 정치의식
허준의 <잔등>은 감격과 흥분으로 넘쳐흐르던 해방직후의 현실을 냉정하고 객관적인 시선으로 묘사하고 있는 수작으로 평가되어 왔다. 제국주의로부터의 해방이 지상과제였던 과거와 달리 해방기는 압제로부터의 해방과 새로운 정치체제의 구축이라는 두 과제가 동시에 제기되었던 시기이다. 이 작품의 화자는 잔류 일본인들을 대하는 두 인물인 소년과 할머니를 통해 이 시기가 가혹한 혁명기임을 밝히고 있는데 이와 같은 문제의식에는 새로운 민족국가 건설에 대한 작가의 기대가 반영되어 있다. 작중 화자인 천복은 소비에트에 대한 두 이미지-따발총과 탄자-를 통해 소비에트에 대한 사유를 전개한다. 당시 북한지역에서 소비에트군대는 약탈자이자 해방자라는 이중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었는데 천복은 전자에 대해서는 인간적인 측면을 후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