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영화 <박치기!(パッチギ!)>에 그려진 재일조선인의 삶을 통해 한반도의 남북과 일본의 관계성이 재편되는 1960년대에 주목하고, 한일과 북일이라는 2개국 관계를 넘어 ‘남북일(南北日)’이라는 층위의 포괄적인 시좌(視座)에서 남북 분단을 넘는 재일(在日)의 지향점에 대하여 고찰하였다. 일본은 북한과 1959년부터 ‘귀국사업’을 시작하여 1960년대 초반에 7만 명이 넘는 재일조선인이 북한으로 건너갔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한국과 1965년에 「한일협정」을 체결하여 한일 간의 실리를 우선적으로 관계를 운용함으로써 북일 교섭은 제약을 받았고 이내 중단되었다. 이러한 속에서 ‘귀국사업’이 재개되기를 기다리며 북한으로 귀국할 결심을 하는 ‘안성’과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1960년대 한일・북일 간의 사이에서 재일사회가 맞닥뜨린 불편한 현실과 갈등, 저항을 <박치기!>에서 그리고 있다. 안성과 친구들이 일본인 또래들과 맞붙어 싸우고 되갚는 폭력은 1968년 당시 전공투 운동의 고양된 분위기를 배경으로 분출되는데, 이들의 제각기 맞물리지 않는 감성과 욕망의 분출은 사뭇 진지하게 충돌하다가도 어느 순간 코믹하게 처리되어 버리고, 극단적인 폭력도 무위(無爲)의 축제로 전도되어 버리는 게임처럼 갈등구조를 단숨에 아무렇지도 않은 양 끝내버리는 희비극(喜悲劇)으로 그려진다. 이와 같이 <박치기!>는 1960년대의 한일・북일 간의 제한된 관계 속에서 남・북・일의 어디에도 귀속하기를 거부하는 재일조선인 젊은 세대의 분출하는 저항을 담아내고 있다. 영화의 모티브가 된 포크루의 <임진가와>가 원곡인 <림진강>에서 변용된 과정에서 보이듯이, 남북일을 아우르는 층위의 포괄적인 시좌에서 재일사회를 대상화할 때에 비로소 한반도의 남북과 일본 사이에서 폭넓게 벌어진 분단과 이산의 문제와 마주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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