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2018년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으로 대두된 판문점에 주목해, 공통의 장소를 공유하는 대한민국과 북한이 해당 장소에 대한 인식 또한 공유하는지를 알아보고자 한다. 이를 위해서는 인식으로부터 발현되는 정체성을 비교하는 것이 적합한데, 정체성은 사회적 맥락과 이에 따른 집단기억의 재해석을 통해 도출되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행위자가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함으로써 전반적 사회 변화를 추구하는 ‘기획 정체성’과 사회의 구조적 지배를 확대하고 합리화하는 ‘정당화 정체성’으로 대한민국과 북한의 정체성을 설명할 수 있다. 대한민국은 화해와 평화로 나아가는 데에 주도적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기획 정체성’을 형성하는 반면, 북한은 남침이라는 역사적 사실을 부정하는 동시에 전쟁 승리의 정당성을 부여함으로써 체제의 우월성과 내부 결속을 다지는 ‘정당화 정체성’을 형성하고 있다. 이와 같은 정체성의 차이는 전쟁에 대한 인식 차이에서 비롯되었으며, 대한민국과 북한이 공유하는 판문점이라는 장소에서 형상화된 것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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