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의 목적은 복수 표지 ‘들’이 북한 문법에서 복수토로 정립되는 과정과 문법 범주로서의 수범주에 대해 살펴보고 이를 재고하는 데 있다. 북한 문법에서는 ‘들’을 ‘복수토’로 처리하고 ‘복수토’로는 ‘들’ 하나만을 인정하고 있으며, 이것이 수범주라는 문법적 범주를 나타내는 표지인 것으로 간주한다. 이러한 시각은 남한에서 대부분의 연구자들이 ‘수’를 문법적 범주로 인정하지 않는 것과 대비되는 입장이다. 그러나 남북은 ‘들’에 대한 의미 분석에 있어서는 동일하게 파악한다. 북한 문법에서 ‘들’을 하나의 품사로 설정하는 것은 남한 문법과 달리 품사 분류의 중요한 기준을 형태로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용법의 ‘들’을 하나의 범주로 설정하는 것은 유사한 문법적 기능을 수행하는 여러 문법 형태가 어떤 것은 토로, 어떤 것은 뒤붙이로, 어떤 것은 불완전 명사로 설정되는 문법 내적 모순을 초래할 수 있다. 북한 문법에서 수범주를 문법 체계 안에 넣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첫째, 북한 문법은 조사와 어미를 구분하지 않고 토로 다루며 ‘토’를 중심으로 문법 범주가 구성되어 있다. 둘째, 북한 문법의 기저에 깔린 유물론적 관점이 영향을 미친 것이다. 남북한 통합 문법적 관점에서 볼 때 언어 체계를 통일화하기 위해서는 서로의 언어 철학에서 비롯된 문법 체계의 차이를 현명하게 조율하고 또 존중하며 새로운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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