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후반부터 우리나라에서 북한 역사학의 성과들이 합법적으로 출판될 수 있게 된 이후, 북한 역사학을 소개하는 많은 연구들이 발표되었다. 그렇지만 북한 역사학이 성립된 배경으로서 소련 역사학에 대한 본격적인 분석은 이루어지지 못한 형편이다. 이 글에서는 봉건제 개념과 국가성립 문제를 중심으로 하여 소련 역사학에서논의된 내용이 북한 역사학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반영되었음을 살펴보았다. 봉건제라는 개념 자체는 소련에서 1917년의 볼셰비키 혁명 이후인 1930년대에 그레코프에 의하여 정립된 바 있다. 국가성립의 문제도 소련에서 노르만 학설에 대한 비판으로서, 키예프 루시 이전의 동슬라브 족에게서 사회경제적으로 국가성립의 전제가 갖추어졌음이 확인된 바 있다. 북한에서도 삼국시대가 노예제 사회냐 봉건제 사회냐의논란을 거쳐 1960년대에 봉건제라고 획정되었으며, 그 이전 시기인 고조선 사회에 대해서도 그 발전 정도가 규명된 바 있다. 그렇지만 1960년대 이후에 북한의 역사학과 소련의 역사학은 정치적 이유와 학문적인 이유로 갈등관계에 접어든다. 정치적인이유란 김일성의 권력이 공고해짐에 따라 소련에 대한 의존도가 낮아진 것을 의미한다. 학문적인 이유란 역사발전 단계에서 북한은 자국 역사에서 노예제 시기와 봉건제시기를 공히 인정한 반면, 소련에서는 키예프 루시 시대로부터 봉건제로 본 것을 의미한다. 이런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북한 역사학의 논의구조는 소련 역사학의 문제의식과 유사한 구도로 전개되었다고 말할 수 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