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웠던 트럼프 행정부 시대에 오바마 행정부의 주요 성과 중 하나인 ‘이란 핵합의(JCPOA)’가 사실상 마비되는 상황에 직면했다. 미국의 JCPOA 일방적 탈퇴는 국제정치에서 ‘제도의 기능’이 마비되고 대신 ‘힘의 논리’가 강화되는 역학을 조성하면서 북한 비핵화 협상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 JCPOA 협상 및 진행과정을 국제레짐이라는 관점에서 시기적으로 나누어 보면 4가지-조성, 유지, 퇴화, 마비-의 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주목할 점은 북한이 이란의 선례를 예의주시하며 이 시기에 제도의 기능적 변화양상에 맞추어 반응하면서 비핵화 협상 관련 정책적 방향도 변화하는 양상을 보였다는 것이다. 특히 JCPOA 마비를 목도한 북한은 ‘제도의 기능’을 불신하고 2019년부터 미사일 도발을 재개하는 등 ‘힘의 논리’로 전환하는 정책을 구사해오고 있다. 제도의 기능은 일단 신뢰를 상실되면 복귀하는 것이 매우 어렵고 시간도 많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새로운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을 대상으로 비핵화 협상을 재개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과제가 될 것이다. 따라서 당분간 ‘힘의 논리’가 가동되는 현실을 직시하여 군사적 억지정책을 강화하는 가운데 장기적 차원의 협상전략을 수립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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