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생애사 연구 방법을 활용하여, 한 재일조선인 3세가 한국, 북한, 일본 삼국을 체류 혹은거주 이후 주체적으로 경험을 수용하며 자기 인식을 구축해 간 양상을 탐구한다. 그는 일본에서 태어나 조선학교에서 수학하며 북한춤을 배웠고 수련을 위해 두 차례 북을 방문했다. 성인 이후의 시간은 한국에서 생활했다. 북을 깊이 경험한 ‘재일조선인 3세’이면서 ‘한국 이주자’인 그의정체성은 기존 연구에서 주로 다뤘던 ‘1, 2세대’나 ‘일본거주’ 재일조선인과는 차이를 보인다. 그는 재일조선인이라는 특수한 신분에서 얻은 언어·문화 자본을 충분히 활용하면서도, ‘재일’ 혹은 ‘일본 출신’이라는 제한을 뛰어넘어 ‘교포’라는 보다 넓고 느슨한 범위로 자신을 인식하였다. 그리고 일본과 한국으로부터 차별이나 배제를 받는 소수자가 아닌, 특수능력자로서 긍정적이고생산적인 시각에서 자신을 정의하고 있음을 확인하였다. 이러한 주체적 자존감이 바탕이 되어자신이 겪은 남·북·일의 사회나 주민도 온정적이고 수용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았다. 어느 사회에서든 외부자라는 존재론적 특이성에서 받는 어려움이나 갈등이 물론 존재하였지만, 주체적인 방식으로 각 문화와 소통하고 통합하려는 노력을 지속하고 있다. 이는 기존 연구나 미디어가바라보는 다소 고정화된 재일조선인의 형상과 차이가 있다. 이 연구는 그간 부족했던 재일조선인의 세대, 성장과정, 특성, 직업, 가치관 등에 미시적인 차이를 고려한 질적 연구를 보충하며, 그들의 삶과 배경을 심층적으로 이해하는 데에 기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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