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 주목한 것은 반공주의가 작가들에게 자기검열의 기제로 내면화되어 작품의 형식과 내용에 심각한 영향을 주었다는 점이다. 이병주의 「소설·알렉산드리아」와 『그해 5월』을 통해서 그런 사실을 살펴보았다. 반공주의는 공산주의에 대한 단순한 부정이 아니라 고문이나 연좌제와 같은 원초적 공포와 결합되어 있었고, 그래서 분단과 이데올로기 문제를 파헤치고자 할 경우 작가들은 자칫 반공주의의 검열망에 걸려들지 않을까 하는 심한 강박관념에 시달렸다. 그런 현실에서 이병주는 박정희 쿠데타 직후 용공 혐의로 체포되어 징역 10년형을 선고받고, 2년 7개월을 복역한 뒤 석방된다. 이병주가 출옥 후 발표한 작품의 제목에 편집자가 ‘소설’이라는 단어를 삽입한 것이나 작가가 ‘알렉산드리아라’는 먼 외국을 배경으로 서사를 구성한 것은 감시자의 눈을 피하기 위한 장치로 이해할 수 있다. 박정희 사후 발표한 『그해 5월』에서 각종 자료를 동원해서 구속의 부당함을 토로하고 박정희의 만행을 기록한 것은 자기검열의 수위가 낮아지면서 가능했던 일이다. 박정희의 사망과 함께 기록자가 되어 박정희 집권기 전 과정을 일지 형식으로 서술함으로써 『그해 5월』은 한 시대를 증언하고 고발하는 문학적 소임을 수행한다. 쿠데타를 정당화하고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반공을 앞세워 각종 공안사건을 조작하였고, 「분지」(남정현) 필화사건을 통해서 문학마저 정권 유지를 위해 탄압하는, 휴머니즘마저 질식케 하였다. 작가는 그러한 폭정이 북한에 의해 조장된 면이 적지 않다는 것을 지적한다. 60년대 후반기에 북한의 대남 도발은 엄청나게 늘었고, 김일성은 70년대에 가서는 남조선을 해방할 것이라는 목표를 세우고 대남공작을 급격하게 활성화시켰다. 그로 인해 박정권은 간첩의 침투를 막는 정책이나 방침을 강화했고, 그것은 결과적으로 국민을 통제하는 정책이나 방침이 되고 또 반정부 행동을 이적행위로 보는 구실을 제공하였다. 그런 현실을 적시하면서 작가는 “죽어나는 것은 북한의 인민이고 남한의 인민이다. 그러니 문제 해결의 핵심은 남북의 통일에 있을 수밖에 없다”고 단언한다. 통일이 되지 않는 한 안정은 바랄 수 없고, 안정된 상태가 아니고선 민족이 그 품위를 지킬 수 없다는 것. 그렇다면 문제는 통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모아진다. 작품 말미에서 언급된 이런 견해는 이병주 문학을 집약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병주를 구속시킨 두 편의 칼럼이나 대표작 「소설·알렉산드리아」, 『지리산』, 『그해 5월』, 『소설 남로당』 등은 모두 통일에 대한 고민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그런 사실을 고려하면 분단과 검열의 족쇄를 뚫고 나간 이병주 문학의 행로란 결국 통일에서 시작해서 통일로 종결되는 통일문학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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