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는 이진민의 『파친코』 서사 분석을 통해 경계 위의 존재로서 재일조선인의 존재 방식에 대해 살펴보고자 했다. 전후 일본사회의 에스닉 내셔널리즘의 차별적 구조 속 재일조선인들은 자기 정체성을 구축하는 데 불안과 동요를 겪고 있었다. 『파친코』의 서사는 경계 위의 존재로서 재일조선인의 자기 보존의 욕망과 발현이 차별적 사회 구조 속에서 강화되는 한편, 결코 그것이 달성될 수 없는 역설적 상황을 서사화하고 있다. 한편, 전후 일본사회에서 재일조선인들은 끊임없이 이동의 과정 중에 놓여 있었다. 그들의 이동은 자기 장소를 상실당한 자들이 정주에의 욕망에 이끌린 결과였다. 하지만 일본도 조선도 아닌 곳, 일본인과 조선인 사이의 위계화된 차별 구조가 작동하지 않는 곳을 꿈꾼다고 하더라도 재일조선인들은 결코 그곳을 찾아 안착할 수 없었다. 그런 점에서 그들의 지속적인 이동의 과정은 그 자체로 전후 일본사회에서 경계 밖으로 내몰리는 재일조선인들의 장소 상실을 증거한다. 이처럼 재일조선인이라는 존재는 남북한과 일본 사이를 넘나들면서 그러한 경계를 지탱하는 상징 질서에 의문을 제기하고, 나아가 경계 그 자체를 무화시킬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따라서 이민진의 『파친코』 서사에 나타난 재일조선인들의 선택과 욕망을 통해 트랜스내셔널 디아스포라의 탈경계적 삶의 가능성을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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