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 동아시아 지역 질서의 재편 과정을 지역주의 담론 틀 속에서 사고하는 한 일본과 미국으로 연쇄하는 제국주의적 패권 국가를 상정하는 것은 어쩌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송병권의 『근현대 동아시아 지역주의:한미일 관계를 중심으로』 또한 이러한 관점을 견지하고 있다. 하지만 전전의 제국 일본의 수직적 분업 구조와 전후 미국 주도의 수평적 분업 구조를 통한 동아시아 지역 질서의 구상은 기본적으로 기존의 동아시아 지역 질서를 구성하는 단위로서의 국민국가의 위상을 재조정하는 것일 뿐이었다. 그런 점에서 동아시아 지역주의는 동아시아 국가나 지역들 사이의 협상의 산물이 아니라 패권 국가 주도의 경제 질서 구축이었다. 따라서 일본과 미국 측의 지역주의 구상에 대응하는 동아시아 국가와 지역에서의 응수, 즉 수용과 저항 등 담론 질서 외부로부터의 움직임에 대한 고려가 필요해 보인다. 또한, 지역주의 구상이라는 측면에서 전전의 일본, 전후의 미국을 중심에 두고 사고하는 것은 필연적일 수밖에 없지만, 지금-여기에서 근현대 동아시아 지역 질서의 변동 과정을 비판적으로 성찰하기 위해서라도 지금까지의 동아시아론에서 흔히 간과되어왔던 소련, 중국, 북한 등의 국가나 지역을 시야에 넣을 필요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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