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KBS의 간판 드라마로 장기 흥행했던 <김삿갓 북한 방랑기> 외에 알려지지않은 ‘북한 방랑기’를 미 소장처(Hoover Institution Archives)의 자료를 통해 확인했다. 이 글은 이에 대한 소개와 개관을 겸한다. 먼저 2장에서는 식민지 시기를 이어 해방직후인 1946년 영화 <똘똘이의 모험>에서 대중적 아동 캐릭터로 자리 잡은 똘똘이의‘북한 방랑기’가 처음으로 다뤄진다. 첫 국제적 열전/내전의 현장이던 한국전쟁은, 양진영을 대리한 치열한 심리전장으로 화했다. 이 과정에서 뉴스형 전단이 재고안되었는데, 한국어판과 중국어판이 동시 발행된 『주간신보 자유세계(Free world Weekly Digest)』가 그것이었다. 1951년 10월 19일 참전한 중국(인민지원)군을 주 타깃으로 했던 중국어판의 「아명 유랑기(阿明流浪記)」와 함께 「똘똘이」라는 제하의 ‘북한 방랑기’가바로 이 한국어판의 지면을 장식했다. 이는 똘똘이의 모험+반공 서사에 유랑+반공을덧입히는 지역적 냉전 서사의 출현이기도 했다. 3장은 5분 방송극의 새 차원을 열었다고 흔히 평가되는 <김삿갓 북한 방랑기>에 앞서 전파 냉전의 한 축을 담당했던 ‘유엔군 총사령부의 소리(Voice of United Nations Command/ VUNC)’에서 방송된 <김 선생(Teacher Kim)>의 존재를 되짚고 있다. 현대판 봉이 김선달이라 할 ‘김 선생’을 통해 북한 꼭두각시들의 위선과 모순을 꼬집고 조롱하는 15분가량의 라디오 방송극이었다. 심리전단과 전파 속 ‘북한 방랑기’를 거쳐 1964 년 <김삿갓 북한 방랑기>가 구체화될 수 있었음을 이 글의 2장과 3장은 드러내준다. 이 같은 전사(前史)는 <김삿갓 북한 방랑기>가 심리전의 자장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했던 이유의 일단을 말해주기에 충분하다. 이 글은 한국전쟁 직전 월남(귀순)자들이 유포한 기존 (유사) 체험담의 레퍼토리가 ‘북한 방랑기’로 변주되었음을 논하는 한편, ‘김삿갓 북한 방랑기’가 대중 심리전의 차원에서 멀티미디어화되었음을 아울러 지적했다. 전선과 전시뿐만 아니라 평시와 일상의 삶마저 심리전(장)화했던 우리 안의 냉전이 ‘북한 방랑기’라는 특정 산물과 계열을 정초했음을 이 글은 비판적으로 문제 삼고있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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