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고는 한국전쟁기(1950.6~1953.7) 북한 월간 문예지 『문학예술』(1950.6~1953.8)에 게재된 대표 단편소설 연구를 통해 당문학을 표방하는 북한 문학의 이데올로기적 경직성과 서사적 유연성을 살펴보기 위해 동시대적 평가의 양가성과 인물의 내면 풍경을 분석하려는 목적으로 작성하였다. 한국 전쟁기는 분단 이후 북한문학에서의 창작방법으로 ‘고상한 사실주의’를 계승하면서 세계관으로서의 ‘고상한 애국주의’를 강조하던 시기에 해당한다. 북한에서는 전쟁기 이래로 한국전쟁을 ‘조국해방전쟁’으로 명명하며 ‘미제와 남조선의 북침에 대한 대응’으로 규정하면서 전쟁의 정당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문학예술』에 발표된 텍스트들을 고찰해 보면 동시대적 평가의 양가성을 중심으로 경직된 이데올로그를 넘어서서 텍스트의 내적 리얼리티를 성취하려는 문학적 유연성을 드러내는 작품들을 살펴볼 수 있다. 특히 박찬모의 「수류탄」은 주인공 영우가 ‘인민군의 폭격 부재’에 대해 불만을 털어놓거나 작품 말미에 돌아가신 어머니를 떠올리면서 삼각산 풍경을 흐릿하게 관조하며 생명이 꺼져가는 모습에서 모더니즘적 내면이 드러난다. 뿐만 아니라 황건의 「안해」 역시 ‘탄실의 내면 풍경’이 진솔하게 포착되면서, ‘영웅적 서사’에 초점을 맞추기보다는 임무 수행의 와중에서 드러나는 심리적 동요를 설득력 있게 형상화한다. 현덕의 「첫 전투에서」는 북한문학의 도식주의적 경향이 서사의 유연성을 억압하는 잘못된 지침으로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지만, 전쟁 중임에도 불구하고 입체적인 평가가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음이 주목된다. 리상현의 「고압선」은 영예군인인 진수가 ‘동지적 우정’과 ‘이성적 사랑’ 사이에서 동요하는 모습을 통해 진솔한 내면의 욕망을 보여준다. 한국전쟁기 북한 단편소설이 지닌 등장인물의 심리적 동요와 함께 동시대적 평가의 양가성에 대해 구체적으로 분석함으로써 북한문학이 내포한 리얼리티적 유연성이 살아있었음을 주목하였다. 그것이 남북한 문학의 접점으로써 텍스트의 서사적 리얼리티라는 미학성을 공유하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1950년대 한국전쟁기 북한소설은 남한의 종군문학과 함께 입체적으로 조망되어야 할 텍스트에 해당한다. ‘적과 동지’라는 이분법적 시각이 전쟁 서사의 기본적 골격에 해당하지만, 황순원의 「학」이나 하근찬의 「수난이대」처럼 다면체적 인간의 본성을 포착한 작품이 남한에 존재하듯, 북한에서도 인간의 심리적 동요를 보여주는 단편의 미학이 존재한다. ‘뺄셈의 정치학’으로 일관하던 ‘북한문학의 여집합’을 복원하여 ‘덧셈의 문학장’으로 외연을 확장함으로써 남북한 문학의 통합문학적 시각을 확보할 필요가 대두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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