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논문은 첫째로 이데올로기론을 넘어서 그동안 거의 분석되지 않았던 정치경제학적 관점에서 남한과 북한 첩보영화의 비교분석을 통해 이떻게 (냉전) 아시아-주로 일본-에 대한 상상이 이루어졌는 지 살펴 보고자 한다. 예를 들면 남한 첩보영화, <엑스포 70 동경작전>(최인현, 1970)에서는 도쿄가 경제번영의 도시로 재현되고 북한 첩보영화, <매화꽃은 떨어졌다>(1970)에서는 일본이 미국의 앞잡이인 부패한 자본주의 국가로 표상되며, 오히려 북한이 자주경제를 이루어 낸 이상적인 국가로 표상되는 것은 징후적이다. 다시 말하면 미첼 딘(Michell Dean)이 말한 정치경제학의 틀 안에서의 “경제개발”을 강조한 “권위주의적 통치성”과 결합되어 냉전시기 남북한 첩보영화에서 일본에 대한 인식은 각각 자유주의에 입각한 친일과 반제국주의에 기초한 반일의 경향이 나타난다. 둘째로 분단된 민족 간의 기존의 금지된 경제교류의 필요성을 강조한 동시대 첩보영화, <강철비>(2017)와 <공작>(2018)을 통해 냉전시기, ‘냉전 블록으로 이루어진 정치경제학’이 ‘민족적 정치경제학’으로 전환됨을 보여주고자 한다. 이 전환을 백낙청과 백영서가 말하는 ‘분단체제극복론’과 ‘복합국가론’의 틀로 읽음으로써, 탈식민지적 사유를 조망한다. 하지만 이들 위의 첩보영화에서 남성민족주의라는 접근방식이 우선시되고 있는 것은 문제적이며, 특히 동시대 영화는 분명 탈식민지적 사유에 천착하면서도 동시에 아시아 간의 연대나 소통을 보여주는 인터-아시아에 대한 사고를 전적으로 제외시킨다. 따라서 이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는 이러한 남성중심적인 친일/반일 냉전 프로파간다 및 반일 민족주의의 대중장르의 한계를 재일조선인 여성 감독 금선희의 다큐멘터리 영화, <외국의 하늘>(2005)과 <짐승이 되어서도> (2005)를 통해 극복해보고자 한다. 다시 말하면 금선희 영화들은 탈식민주의의 가능성을 가지면서도 인터 아시아적 궤적-일본과의 소통가능성-과 젠더 문제에 대한 윤리적 태도를 보여주는 좋은 예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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