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광범위한 지역을 아우르는 북방 지역의 공간적 스케일을 고려하여 우리가 가져야 할 지역 인식 구조에 대해 논하고자 한다. 현재 한국 정부는 신북방정책 대상국가로 14개 나라(러시아, 몰도바, 몽골, 벨라루스,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 우즈베키스탄, 우크라이나, 조지아, 중국(동북3성),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타지키스탄, 투르크메니스탄)를 지정하였지만 북방의 명확한 공간적 범위에 대해서는 확실한 사회적 합의가 제시되지 않은 상황이다. 또한 북한과의 장기간 대치에 따라 유라시아 대륙과의 단절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인들은 북방에 대한 정서적, 인식적인 거리감이 갈수록 멀어지고 있다. 북방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증진시키고 북방 정책을 원활하게 추진하기 위해서는 북방에 대한 사회문화적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지만 현재 우리 앞에 마주하고 있는 현실적인 제약들은 이러한 목적의식을 흐릿하게 만든다. 본 연구는 이러한 문제의식을 가지고 우리가 실천해야 할 공간 인식 체계의 설정 및 이에 근거한 문화 연구의 중요성을 재고하고자 한다. 현재 한국은 남방‧북방 등 대외 정책을 추진함에 있어 정부 주도의 추진 동력을 기반으로 삼고 있지만 민간과 학계의 해외 지역에 대한 관심과 연구에 대한 열의는 많은 부분 열악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는 지리적으로 근접해 있음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의 분단 상황에 의해 단절되어 있는 북방 지역의 경우 그 정도가 더 심하다고 볼 수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북방에 대한 대중의 공간적 인식은 직접 체험과 접촉에 의해 형성되기보다는 미디어의 짤막한 텍스트가 제공하는 간접 담론의 영향에 의해 형성되고 있다. 이로부터 비롯되는 북방에 대한 대중적 무지와 곡해는 북방 정책의 동력을 추진하는데 있어 부정적인 요소로 작용한다 볼 수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과 함께 본 연구는 북방 이해를 위해 필요한 공간 인식 체계를 정립하는데 목적을 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크게 경계, 영역, 공간의 중층성 등의 개념에 대해 고찰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북방 연구에 있어 필요한 지역 접근 방식과 시각에 대해 먼저 정리하고 이후 앞서 언급했던 지리적 개념들과 들뢰즈의 리좀(rhizome) 수사가 어떻게 북방 연구에 적용될 수 있는지를 논하도록 하겠다. 이는 궁극적으로 북방에 대한 공간적 오해를 극복하고 실질적 대외 정책의 탄력을 이끄는 중요한 계기를 제공하리라 본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