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구는 황순원(1915~2000)의 대표 장편의 하나인 『카인의 후예』의 개작과 검열(자기검열)을 다루고자 했다. 북한의 토지개혁을 시공간적 배경으로삼은 이 작품은 잡지 연재본을 포함하여 모두 5개의 개작 판본을 가지고 있다. 이 글에서 판본들의 개작상황을 검토해 본 결과, 작가는 개작을 거쳐 남한의 전시 반공체제의 검열을 의식하면서도 민족 분열, 한국전쟁을 낳은 원점의 하나라는 점을 고발했고, 형식과 표현의 완성도를 높이는 ‘자기검열의심미화’를 통해 순수문학의 작가 신화의 토대를 마련했다고 보았다. 이 글에서는 주인공 서술자가 남과 북 어디에서 속하고,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경계인인 월남민의 위치와 균형감각을 소유한 점, 북한 토지개혁의 대의는 긍정하나 근대국가 수립 전에 시행됨으로써 민족 분열과 전쟁을 초래한 ‘카인적 원죄’를 비판한 작품이라는 점, 개작과 자기검열은 완성도 제고 외에 반공주의와 냉전의 분할선을 가로질러 이데올로기의 폭력과 인간 욕망을 고발, 증언하는 민족지(Ethnographty)의 특성을 낳았다는 점 등을 논의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