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데탕트가 시작된 1971년 키신저와 저우언라이의 대화를 통해 드러난 미국의 한반도 ‘평화’ 구상은 기존의 한반도 정전협정을 남북한이 서로에 대해 적대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새로운 법적 지위의 협정으로 대체한다는 것이다. 미국의 이러한 구상은 한반도 정전체제의 변화를 모색하고, 이전에 비해 전향적인 한반도 정책으로 나아가게 하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진보적이라고 평가할만하다. 또한 대북 정책의 변화 가능성을 열어놓았다는 점에서 이는 냉전기 미국의 한반도 정책에서 중요한 의의가 있다. 다만 당시 남북한이 극심하게 대립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고려하면 한반도 문제 해결의 책임을 남북한에 넘기는 것은 한반도 분단 문제를 남북한의 문제로 굳어지게 하고 미국의 책임을 은폐시키는 결과를 불러올 가능성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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