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3권이 처음 출간된 이래, 2021년 4~8권으로 이어지는 다섯 권의 연구서를 새롭게 추가한 『한(조선)반도 개념의 분단사』는 서로 완전히 단절된 채 각각의 발전 경로를 70년 이상 밟아온 남북한의 언어 상황을 비교하려는 방대한 규모의 기획이다. 2021년의 시리즈에서 두드러지게 새로운 특징은 7~8권에 집약되어 있다. 저자들은 문화예술 분야에서 사용되는 일상적 성격이 강한 단어 총 26개를 선정한 뒤, 통일된 일정한 길이로 이 용어들을 서술하는 전략을 취했다. 7~8권의 이러한 시도는영국의 문화이론가 레이먼드 윌리엄스(Raymond Williams)의 『키워드』(1976)를 롤 모델로 삼고 있다. 『키워드』가 가진 장점은 단어들 사이의 ‘내적 연관성’을 통해 개념들의 연관 지도를 그려내고, 궁극적으로는 담론의 ‘구조’를 드러내는 데 있다. 저자들이충분히 강조하지는 않았지만, 이 글에서는 26개의 용어 리스트 중 특히 ‘통속’-‘대중문화/군중문화’-‘계몽’-‘교양’의 구조적 연관을 중심으로 개념의 남북 분단사를 재구성해 보았다. 이 중심어는 집합적 주체에 대한 남북한의 태도 차이를 기술하는 단어들이다. 윌리엄스의 ‘문화’에 해당될 만큼 일상적이면서도 포괄적인 수준의 상징적단어는 ‘교양’으로 보인다. 남한의 ‘교양’이 대학교 등의 제도 편입 과정을 거치며 일종의 ‘지적 자산’ 내지 문화자본’의 의미에 점점 가까워진 반면, 북측에서 ‘교양’은 이상향으로서의 사회주의 건설에 필요한 가치 전반을 일깨워 주고 가르쳐 주는 일이라는 뜻으로 자리 잡는다. ‘교양’의 사례에서도 드러나지만, 이 저작을 통해 남북의 의미차이를 결정하는 최종 심급이란 결국 남측의 자본 위주 시장과 북측의 수령체제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