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8월 31일 아프가니스탄 전쟁의 종식을 공식적으로 선언하였다. 이로써 미국은 2001년 이후 20년에 걸친 최장기 전쟁에서 ‘승리 없이 철수’하였다. 대외정책의 성공과 실패에는 다양한 요인이 작용한다. 아프간 전쟁에서 나타난 미국의 정책 실패를 진단하고 한반도 안보 파급영향을 도출하기에는 다소 시기상조인 감이 있지만, 한마디로 대규모의 인력과 재원을 투입한 미국 역사상 최장기 전쟁의 패배다. 바이든 행정부의 아프간 철군 결정은 단순한 군사력 재배치가 아니라 미국 세계전략의 변화를 반영한다. ‘America is back.’ 구호를 내세워 집권한 바이든 대통령에게는 곤혹스러운 결말이 아닐 수 없다. 미국이 철군 방침을 밝힌 지 불과 4개월 만에 아프간은 또다시 탈레반 수중에 들어갔다. 미국 정보기관은 20년간 공을 들여 재건한 아프간 정부와 군이 최소한 수개월은 버틸 것으로 예상했으나 이는 잘못된 정보판단이었음이 드러났다. 바이든 대통령이 미군의 임무는 ‘아프간 국가 재건이 아닌 테러 대응’이었다며 철군 결정을 정당화하고 있지만, 미국 정보공동체가 전술정보 수집뿐만 아니라 전략정보 판단에서도 실패하였다는 점에서 자못 심각하다. 아프간 사태가 주는 국제정치적 함의는 미ㆍ중 전략경쟁 심화를 고려한 미국의 세계전략 수정, 글로벌 및 지역 질서의 불확실성 증대, 동맹 정책에 주는 함의, 난민 문제를 둘러싼 갈등, 신흥안보의 중요성 부각 등이다. 미국의 아프간 철군 결정이 한반도 안보에 미치는 파급영향은 다음과 같다. 첫째, 한미동맹에 미치는 직접적 영향은 크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미국이 ‘국익 최우선’ 정책을 노골화한 점과 이로 인한 국제적 위상 및 신뢰도 손상이 장기적으로 한미동맹에 부정적 영향을 줄 소지가 없지 않다. 둘째, 단기적으로는 동북아 국제질서 내 미국의 위상 저하와 중국ㆍ러시아의 영향력 확대가 예상된다. 미국이 중국의 역내 영향력 견제를 위해 한국을 비롯한 동맹국의 역할 확대를 요구할 가능성이 있다. 이는 중국과 갈등 요인이 될 것이다. 우리는 미ㆍ중 양측으로부터의 압력을 극복하고, 연루 또는 방기 위험을 예방하기 위해 전략적ㆍ외교적 유연성을 확보해 나가야 한다. 셋째, 남북관계에서 아프간 사태의 단기적 영향은 크지 않으나, 한미동맹의 균열을 노리는 북한의 전략이 강화될 소지가 있어 주의가 요구된다. 마지막으로 아프간 사태는 국제 난민 문제에서 한국이 더는 자유롭지 않다는 점을 입증했다. 정부는 아프간 조력자들을 ‘특별기여자’ 자격으로 수용하였다. 우리나라가 분쟁 지역 외국인을 대규모로 받아들인 최초의 사례이다. 전 세계적으로 여러 유형의 난민이 증가하고 있음을 고려, 차제에 우리 정부의 난민 정책을 개선하고 난민 수용성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아프간 전쟁의 의미와 향후 국제질서에 미치는 함의를 평가하는 데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 간 전략경쟁이 심화하고 있는 현시점에서 아프간 사태의 특징을 살펴보고 국제정치적 함의 및 한반도 안보 환경에 미치는 파급영향을 진단하고 대응 방향을 수립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고 긴급한 과제임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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