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홍석중의 『황진이』(2002)가 ‘비체’인 진이의 개인성을 표현하는 것을 고찰한다. 북한문학은 혁명역사를 위해 드팀없이 뭉치는 집단성을 대변할 수도 있다. 그래서 북한문학에서 개인성의 표현은 특별한 지점으로 탐색되어 왔다. 『황진이』의 가치 역시 이런 맥락에서 탐색될 수 있다. 놈이는 집단성의 표상지만, 진이는 개인성의 표상이다. 진이의 표상은 놈이의 표상에 매몰되지 않는다. 진이의 표상은 북한문학의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가 실존하는 것을 보게 한다. 진이는 당대 지배계급의 ‘비체’인 섹슈얼리티를 형상화한다. 이 섹슈얼리티의 미적 표상은 끊임없이 전경화되고 파편화되는 것이다. ‘비체’는 본래 주체가 자기동일성을 확립하기 위해 버린 파편들이기 때문이다. 전경화되고 파편화되는 표상은 집단성의 표상일 수 없다. 세계를 끊임없이 전경화하고 파편화하는 창조적 개인성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진이의 표상은 북한문학의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가 실존하는 것이다. 『황진이』는 이러한 진이의 ‘비체’를 알레고리화 한 서사이다. 북한에서 진이의 ‘비체’는 남한에서만큼 각광을 받지는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오히려 진이의 ‘비체’는 북한문학에서 특별한 가치를 가진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특별한 가치가 언제까지 특별한 가치여야 할지는 숙제로 남는다. 그러나 ‘비체’라는 개인성의 표현이 등장할 수 있었다는 점은 앞으로 이 숙제를 폭넓게 숙고하게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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