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논문은 남북한에서 두루 읽힌 홍석중의 『높새바람』이 구현하는 ‘비극적 실존’을 통찰한다. 이 소설은 긍정인물이 삼포왜란을 일으킨 외세와 고통스럽게 투쟁하다가 남김없이 죽음을 맞게 되는 비극 줄거리를 가졌다. 하지만 북한평단은 한 번도 이 소설을 혁명비극으로 칭하지 않았다. 놉쇠를 비롯한 긍정인물의 내면이 ‘당대적 제한성’ 때문에 ‘영원불멸한 사회정치적 생명’에 ‘의식적’으로 동참할 수 없는 한계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높새바람』은 ‘의식적’인 혁명비극이 될 수 없는 이런 한계 때문에 인물들의 ‘무의식적’, 맹목적, 예지적인 운명론을 이채롭게 형상화한다. 특별히 당대의 민중가사나 양반시가의 ‘음악성’으로 독자를 이에 한층 도취시키고 있다. 이 논문이 이러한 특징을 담은 소설 언어의 묘사적 문체에 주목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높새바람』은 주체문학을 전일적으로 규율하는 문학담론에 저촉되지 않는다. 거시적인 플롯 차원에서는 북한문학의 ‘력사주제소설’로서 외세를 배척하는 목적론적 당위를 충실히 따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 논문이 특별히 이 소설의 ‘이채’를 통찰한 점은 크게 두 가지이다. 첫째는 이 소설이 주체문학의 목적론적 당위를 따르면서도 이를 민감하게 벗어나는 무의식적, 맹목적, 예지적인 운명론을 형상화하는 점이다. 이는 북한사람들의 주체사상적인 ‘의식’에도 이런 ‘무의식’이 노정될 수 있음을 뜻한다. 둘째는 이러한 ‘무의식’이 환상적인 내면묘사와 이에 도취되는 무수한 시가를 삽입하는 문체적인 차원에서 니체주의의 ‘비극적인 실존’을 구현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는 때때로 북한문학 평론이 북한평단에서 쓰는 문학사조와 장르의 개념범주를 크게 상회할 필요를 노정한 것이다. 또한 ‘주체문학의 다양성’을 새로이 탐색한 점이다.
카카오톡
페이스북
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