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1965년 한일협정을 전후한 한국 현대시의 현황과 변화를 살펴보기 위해 작성된다. 이를 위해 서론에서 한·미·일 냉전체제의 강화 및 신식민주의적 재편 문제를 검토했다. 이 당시 박정희 군사정권은 위로부터의 산업화 및 북한 공산체제에의 승리를 위한 국가주의의 강화에 주력했다. 특히 전 국민의 동원과 국가시책에의 협력을 달성하기 위해 매우 억압적인 사상의 검열과 통제에 주력했다. 하지만 진보적 문인들은 이에 맞서 사상과 표현의 자유를 적극적으로 요구하고 실천했다. 이 과정을 설명하기 위해 2장에서는 인간의 해방과 자유를 갈망하는 ‘시적인 것’과 ‘정치적인 것’의 통합과 실천을 이상적인 문학의 최종심급으로 설정했다. 3장에서는 군사정권의 문학예술에 대한 폭력적인 억압과 통제를 소설가 남정현의 구속, 이를 향한 김수영의 신랄한 비판을 통해 먼저 살폈다. 이어 1965년 한일협정에 반대한 서울 문인들의 성명서 발표가 갖는 의미, 군의관 신분으로 서명에 동참했다가 투옥의 고통을 겪은 후 미국에서 오랜 이산 생활을 견뎌야 했던 마종기의 시작(詩作) 활동이 갖는 의미를 분석했다. 4장에서는 언론과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며 불온의 시학을 펼쳐나간 김수영과 분단현실을 극복하는 중립지대의 건설을 지속적으로 강조했던 신동엽의 활동이 갖는 의미를 분석했다. 5장에서는 세계적인 냉전체제를 허무는 데 주요한 역할을 담당했던 서구의 68혁명에 먼저 주목했다. 그것의 한반도 내 사전(事前) 상황으로서 군사정권의 독재 통치 및 그에 맞선 문학예술의 저항 활동을 상호 대응시켰다. 이를 위해 전자에서 ‘동백림 사건’으로 대표되는 간첩단 조작 및 진보예술의 탄압, 국민들의 순응적인 계몽과 훈육을 목표한 ‘국민교육헌장’의 반포 등에 담긴 파시즘적 폭력성에 주목했다. 후자에서는 임종국의 『친일문학론』이 제기한 체제협력 문학의 반윤리성과 반민족성에 대한 통렬한 비판이 갖는 문학사적 저항과 해방의 의미를 검토했다. 이와 더불어 군사정권의 전체주의에 맞선 젊은 문학인들의 등장이 갖는 의미와 그것이 한국 시단에 가져온 변화를 김수영과 신동엽의 마지막 무대였던 『창작과비평』을 통해 살펴보았다. 또한 같은 잡지에 김수영이 번역, 소개한 칠레의 혁명시인 네루다의 시편에 대한 민족문학 진영과 자유주의 문학 진영의 대조적인 반응을 소개함으로써 이후 한국 시단의 흐름을 미리 내다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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